태풍 속에서

[ 데스크창 ] 태풍 속에서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2년 09월 03일(월) 14:22
[데스크창]

태풍 '볼라벤'에 이어 '덴빈'이 또 다시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가 사망, 실종, 주택 파손, 도로 유실, 정전, 산 사태, 농작물 피해 등 …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주었습니다. 풍마가 할키고 간 상처는 사람들에게 큰 시름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런 자연 재해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가를 생각하며 좀더 겸손해져야 함을 새삼 깨닫습니다.
 
볼라벤은 라오스에 위치한 볼라웬 고원의 이름이며 덴빈은 일본어로 별자리 중 천칭자리를 뜻한다고 합니다. 돌아보면 태풍의 이름은 참 다양합니다. 태풍의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이번 볼라벤과 덴빈의 경우처럼 태풍이 같은 지역에 동시에 하나 이상의 태풍이 있을 경우, 태풍 예보를 혼동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름을 붙이게 된 것으로 그 기원은 1953년부터입니다.
 
인터넷에서 'typhoon meaning'(태풍 이름의 의미)을 검색하니까 많은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를 요약해 보았습니다. 처음 태풍에 이름을 붙인 것은 호주의 예보관들이었는데 당시 예보관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예컨데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이 '앤더슨'이라면 "현재 '앤더슨'이 태평양 해상에서 헤매고 있는 중입니다" 또는 "'앤더슨'이 엄청난 재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했다는거죠. 해학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공군과 해군에서 공식적으로 태풍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이때 예보관들은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이에 따라 1978년까지는 여성의 이름으로 사용됐는데 여성단체의 반발에 의해 이후엔 남자와 여자 이름을 번갈아 사용하게 됐습니다. 2000년 이후 아시아태풍위원회에서 아시아 각국 국민들의 태풍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태풍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태풍 이름을 서양식에서 아시아 지역 14개국의 고유한 이름으로 변경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나비' 등의 이름을 제출했고, 이에 따라 한글 이름의 태풍이 많아졌습니다.
 
성경에는 광풍 '유라굴로'가 나옵니다. 희랍어 성경 원전에는 '유라퀼론'으로 기록돼 있는데 라틴어로 동풍을 의미하는 '유루스'와 북풍을 의미하는 '아킬로'의 합성어로써 '동북풍'을 뜻합니다. 한글번역은 이를 음사하여 '유라굴로'로, 영어성경엔 'the northeaster'로 번역돼 있습니다.
 
아무튼 사도행전 27장에는 사도 바울이 로마로 호송되어 가는 중 유라굴로를 만났을 때, 하나님께서 구해 주셔서 2백76명 전원이 무사히 로마로 간 사실이 기록돼 있습니다. 당시 바울은 죄수였지만 "이제는 안심하라 너희 중 아무도 생명에는 아무런 손상이 없겠고 … 안심하라 나는 내게 말씀하신 그대로 되리라고 하나님을 믿노라"(22, 25)며 위기상황을 진두지휘했습니다. 그것은 바울이 위기에 대한 정확한 현실 인식과 그러한 절망적 상황 속에서 참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삶의 풍랑이나 폭풍은 요나처럼 우리의 불순종으로 일어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도 바울처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일어날 때도 있습니다. 풍랑을 일으키시는 것도, 잔잔케 하시는 분도 하나님이심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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