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떡밥 레시피

[ 문화 ] 시-나무떡밥 레시피

남금희교수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9월 03일(월) 13:59

[동인시단]

딱따구리가 쪼아낸 나무톱밥 두 되를 오후 두시의 바람결에 곱슬하게 말린다
톱밥이 까칠해질 때를 기다려 물 한 컵에 한숨 세 술을 섞어 잘 버무린 다음 솔향기로 떡처럼 찐다
그동안 차오른 산새들 울음 한 말 정도를 너럭바위에 깔고, 찐 나무떡밥을 뚝뚝 떼어 각자의 시름 위에 고명으로 올린다
(우리 생각과는 다른, 하늘 위에는 또 하늘이 있고 그 하늘의 구름바다를 건너 또 아득한 하늘이 있으므로)
하얀 아카시아 꽃잎이 우리 시름을 그 하늘 쪽빛으로 다 볶을 때까지 기다려 기다렸다가
민들레 이파리에 싸서 먹는다

맛은 황홀하지만 모양은 좀 없어서, 청솔모는 힐끗 지나칠지도 모른다


남금희 / 경북대 초빙교수, 본보 기독신춘문예 제1회 시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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