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신앙

[ 목양칼럼 ] 여름, 은혜의 계절

김성규목사
2012년 08월 24일(금) 16:27
[목양칼럼]
 
비가 연일 계속하여 내리고 있다. 계절들이 그렇듯이 올해 그렇게 뜨거웠던 여름도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와 같이 떠나갈려나 보다. 올해는 집집마다 에어컨을 틀어대는 통에 문밖으로 나서는 순간부터 숨이 턱턱 막히고 이상 기후로 인한 열대야가 끊임없이 이어져 곳곳의 계곡과 개천 주변은 무더위를 견디려는 피서 가족들이 정말 많았다. 해가 갈수록 더 푹푹 찌는 여름을 지내면서, 하나님께서 이 여름을 만드신 목적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여름엔 '삼복더위'가 있다. 복날은 10일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부터 중복, 말복까지 이렇게 20일간이 여름 무더위의 절정을 이룬다. 음력에서 한 해 가운데 가장 덥다고 지정해 놓은 초복, 중복, 말복의 이른바 '복달임' 때문이다. 해에 따라서는 월복(越伏)이라고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 되기도 하는데 이런 해는 강아지와 닭들이 다른 해보다 더 긴장하며 숨죽여 지내야 한다. 여름은 열매가 '열다'는 뜻의 동명사형 '열음'에서 왔다고 한다. 봄에 뿌린 씨가 여름에 작열하는 태양 빛과 열을 잘 받아 튼실하게 자라면 많은 열매를 맺고 가을에 그 열매를 거두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칼릴 지브란의 '사랑의 생애 여름'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내 사랑이여, 일어나 들판으로 나오시오. / 수확의 계절이 다가오고 거두어들일 시기가 가까워 옵니다. / 곡식들이 자연에의 따스한 사랑 속에 익어가고 우리 노동의 결실을 새들도 향유하며 개미들은 우리의 / 대지 품에 파고 드는군요 우리 마음의 깊은 곳에 뿌린 충만의 씨앗으로 하여 영혼이 축복의 결실을 / 거둘 적에 대지의 소출을 저장하도록 하십시다. 그리고 생명이 우리 영혼을 거두어들이는 것처럼 대지의 은혜로 우리의 창고를 가득 채웁시다. / 자! 나의 친구여! 우리의 안식처에 풀을 깔고 천국의 이불로 덮읍시다. 부드러운 건초베개에 머리를 누이고 낮 동안의 수고에서 휴식을 찾읍시다. 그리고 골짜기 시냇가의 속살거리는 음악에 귀를 기울입시다."
 
여름은 모든 생명의 성장 과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계절이다. 한 여름의 뙤약볕이 열매와 곡식들을 쑥쑥 자라게 하고 맛이 들게 하는 것이다. 옛 속담에 '여름에 하루 놀면 겨울에 열흘 굶는다'는 말이 있다. 여름은 우리 인생에게 있어서 마치 혈기 왕성한 청년기와 같아서 여름을 어떻게 나는가에 따라 가을의 결실이 좌우되듯이, 젊음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장년과 노년 때에 삶의 질, 그리고 죽음 이후의 평가가 결정된다.
 
뜨거운 여름이 있는 나라들은 더워서 학업이나 업무에 효과가 없기 때문에 긴 방학과 휴가를 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교회도 방학을 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개인적인 신앙생활마저도 방학하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믿음과 신앙생활에도 사계절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구주로 믿어 거듭난 성도가 신령한 여름을 만나면 건강하게 잘 자라 마침내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감사의 가을을 맞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될 것이다. 잠언 6장 8절에 개미의 부지런함을 칭찬하면서 배우라고 한다. "먹을 것을 여름 동안에 예비하며 추수 때에 양식을 모으느니라"고 말씀하셨듯이 성도들이 여름 한철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가을의 거둠이 달라지는 것은 사필귀정이라 하겠다.
 
일반적으로 가을을 추수의 계절이라고들 말하지만 잠언 10장 5절에서는 여름에 거두는 자는 지혜롭다고 말씀하신다. 창세기 8장 22절에 보면 "땅이 있을 동안에는 심음과 거둠과 추위와 더위와 여름과 겨울과 낮과 밤이 쉬지 아니하리라"하셨고 시편 74편 17절에서도 "주께서 땅의 경계를 정하시며 주께서 여름과 겨울을 만드셨나이다"라고 하나님께서 여름을 비롯한 사계절을 만드셨다고 말씀하신다. "햇빛을 받아 익은 온갖 곡식"을 가리켜 신명기 33장 14절은 "태양이 결실케 하는 보물"이라고 했다. 모든 주의 종들은 마땅히 아름다운 이 여름에 여름 같은 하나님의 뜨거운 은혜를 받아 풍성한 보물을 결실해야 한다. 더 풍성한 말씀의 계절을 기대하며 여름을 보내자.

김성규목사 / 하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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