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농업과 생명밥상

[ 생명밥상 ] 생명농업운동의 중요성

한경호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8월 23일(목) 18:16

[생명밥상 칼럼]

밥상에 나오는 식재료는 약간의 수산물을 빼면 거의 농축산물이다. 생명밥상은 생명농법에 의해 생산된 농축산물로 차리는 밥상이다. 생명농축산물은 생명농민이 없으면 생산이 안 된다. 그런데 생명농법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야 소위 '친환경농업'이라고 하여 많은 농민들이 참여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정책적인 지원을 하여 대중적이고 상업적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애초의 시작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농사를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 어려움을 딛고 생명농업의 기치를 든 농민들이 있으니 바로 정농회를 창립한 소수의 크리스천 농민들이다. 1976년 1월의 일이다. 당시는 유신정권이 통치하는 엄혹한 군사독재시대였다. 정부의 식량증산정책이 화학농약과 비료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추진되었고, 모든 초점이 생산력에 맞추어져 있었다. 통일벼를 안 심으면 공무원들이 못자리를 밟아버리는 시절이었다. 정부 정책에 역행하면 졸지에 빨갱이로 매도되는 때였다. 그런 때에 시류를 거슬러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 농민들이 있었으니 가히 예언자적인 행동이요 신앙고백이었다. 농약과 화학비료가 초래할 장래의 문제들을 미리 내다보고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맞는 농법, 생명농업을 선택하였다. 그들은 공무원들의 박해를 받았고, 이웃의 멸시를 받았으며, 아직 부족한 경험과 기술 수준으로 인한 생산량의 감소로 생활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그들은 굴하지 않고 신앙의 지조를 지켜갔다. 세월이 흘러 1990년대 이후 생명의 시대가 열리면서 그들의 존재와 정신이 돋보이는 시대가 되었다.
 
생명밥상운동은 생명농업운동을 전제로 하는 활동이다. 그런 점에서 정농회(正農會)는 생명밥상운동을 가능케 한 최초의 기독농민운동이다. 그들은 경제적 이해관계에 개의치 않고 그것이 의로운 길, 하나님이 원하시는 길이기에 묵묵히 걸어왔다. 생명밥상을 차리는 소비자 크리스천들이 유념해야할 점이 여기에 있다. 크리스천 농민들의 신앙고백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새겨보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경제적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고 생명신앙고백으로 생명밥상을 차리고 있는 것인가?" 정농회원들은 농약과 화학비료의 농업을 맘몬주의 농업으로, 우상숭배로 규정하였다. 돈을 따라가는 농업은 결국 생명을 죽이는 농업이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 정농회 생산자들의 신앙정신을 마음에 새기면서 생명밥상을 차려야 한다. 그래야 생산자와 소비자가 같은 신앙고백으로 만날 수 있고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한  형제 자매가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생명농업운동과 생명밥상운동은 이 시대 크리스천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힘을 모아 죽임의 세상을 살림의 세상으로 바꾸어가는 하나님의 생명운동이다. 이보다 거룩한 실천운동이 있을까?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오늘 도시교회의 목회자들과 교회는 이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명농업과 생명밥상에 별 관심이 없다. 교회성장과 경제논리의 지배를 받으며 더 크고 별다른 교회를 만들기 위해 이런 일에는 눈을 돌리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 논리에 사로잡혀 기독교신앙의 근본인 '생명'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채근담'에 농비신감비진미(肥辛甘非眞味) 진미지시담(眞味只是淡) 신기탁이비지인(神奇卓異非至人)지인지시상(至人只是常)이라는 말이 있다. 농비신감(肥辛甘)의 맛과 신기탁이(神奇卓異)를 쫓아가는 목회자와 교회는 참되지 못하다. 지극하고 참된 목회자와 교회는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법이다.


한경호 목사/횡성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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