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문제로 인한 남편과의 갈등 어쩌면 좋을까요?

[ 상담Q&A ] 상담Q&A

김정선원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8월 20일(월) 09:41

[상담 Q&A]

Q : 저는 3년 전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저는 초혼인 반면 남편은 재혼이고(사별) 9살 아들이 있습니다. 그동안 부부사이에는 큰 갈등은 없는데 양육문제로 부딪칩니다. 교육상 아이를 혼 낼 때도 남편은 불쌍한 아이니 너무 몰아세우지 말라고 하면서 아들을 싸고돕니다. 처음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아예 대놓고 "또 시작이다. 우리 도망가자"고 말하면서 둘이서 저를 왕따시킵니다. 나름대로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이젠 남편도 밉고 아이도 싫어집니다.

   

 
A : 가정에서 자녀 양육으로 인한 부부갈등은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재혼가정의 경우 좀 더 복잡한 다이나믹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재혼 가정에서 양육방식의 갈등은 생부/모는 아이에게 너무 허용적인 반면, 계부/모는 너무 엄격하다는 불만이 있다. 또한 이런 갈등이 지속되면서 결국 아이 때문에 결혼생활이 망친다는 생각에 분노가 아이를 향하기도 하고 때론 배우자를 원망하거나 비난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이런 갈등의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의식적으로는 그동안 비어 있던 부모의 자리를 새로 맞은 배우자가 채워주고 좋은 부모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자신과 아이의 사이에 배우자가 끼어들었다는 생각에 배우자가 부모역할을 할 때 자기도 모르게 방해하거나 밀어내는 경우가 있다. 또한 동화에 나오는 나쁜 계모의 이미지로 인한 선입견으로 처음부터 관계가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 이상화된 핵가족을 모델로 한 비현실적인 기대감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열 달 배불러 낳아 기른 자식도 키우다 보면 '널 낳은걸 보니 아마도 내가 전생에 나라를 팔아 먹었나보다'라고 끌탕을 할 만큼 속이 상하고 화가 나는게 현실이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 곧바로 의붓자녀가 자신을 부모로 받아들이고 잘 따를 거라고 생각하거나 완벽하고 멋진 부모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너무 서둘러 훈육하는 부모역할에 뛰어들면 뜻밖의 실망감으로 좌절할 수 있다.
 
또한 재혼 가정은 그전의 실패의 경험이 다시 반복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갈등이 생겨도 무조건 참거나, 혹은 예전과 같이 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갈등을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종종 현재의 갈등이나 실망감을 인식하고 다루는 대신 아이들의 문제에 집중하거나 아이를 희생양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재혼가정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특수한 상황과 문제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런 것들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거나 위축될 필요는 없다. 첫 결혼으로 인한 상처도 있겠지만(이혼이든 사별이든) 또한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사실도 기억하면서 자신감을 갖자.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임신과 출산부터 아이와 함께 시간을 공유하면서 부모역할에 서서히 적응하고 익히는 것이 전제가 된다. 반면 재혼의 경우 이런 숙련 기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부모가 되는 것이다. 미숙련자라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고 배우자와 함께 재혼가정의 특수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함께 차근 차근 당면 과제들을 풀어가자. 만약 이런 과정에서 저항과 부인 등으로 인해 원활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포기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김정선원장 / 총회상담학교 상담센터 공동소장ㆍ정선심리상담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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