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펜싱의 힘, 한국교회의 힘

[ 논설위원 칼럼 ] 한국교회와 한국펜싱

정명철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8월 17일(금) 13:59
[논설위원칼럼]

8월 13일 한국시간 5시, 2012년 런던올림픽을 밝혔던 성화가 꺼지면서 열대야를 잊게 했던 17일간의 감동 드라마가 끝이 났다. 22개 종목에 2백45명의 선수가 참가한 한국은 금 13, 은 8, 동 7개로 종합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세계에 체육 강국 한국의 위상을 알렸다.

메달을 딴 선수는 물론이고 경기에 참가하여 최선을 다한 모든 선수들을 격려하고 축하하고 싶지만 무엇보다도 한국 펜싱 선수들의 투혼과 성적에 축하의 말을 하고 싶다. 대회 초반 펜싱은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남현희의 탈락과 신아람의 억울한 '멈춰선 1초' 오심사건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9개 종목에 출전해 금 2, 은 1, 동메달 3개로 세계 최강 이탈리아(금 2, 은 2, 동 2)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동안 펜싱은 유럽 선수들의 독무대였고 한국은 펜싱의 변방이었다. 하지만 이번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은 더 이상 펜싱의 변방이 아니라 펜싱의 중심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그럼 이렇게 놀라운 성적을 내게 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바로 빠른 발을 내세운 '한국식 토종 펜싱' 덕분이었다. 한국 펜싱은 유럽 스타일의 펜싱 '모방'을 그만두고 '한국 스타일'을 찾아 나섰다. 혹독한 훈련을 소화한 한국 선수들은 1분당 스텝 수가 최대 80회로 유럽 정상권 선수(40회)의 두 배 수준으로 만든 것이 결국 올림픽 역대 최고의 성적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지나온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국교회도 한국펜싱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복음이 이 땅에 처음 들어왔을 때, 한국교회가 선교역사 1세기 만에 이렇게 세계교회 가운데서 우뚝 서게 될 줄은 선교사들은 물론이고 한국교회조차도 생각하지 못했다. 망하기 일보 직전이던 조선이란 나라는 복음이 한국 사회에 뿌리 내리기 전에 망해버렸고, 수 백년 역사의 유교와 불교 앞에서 기독교는 너무나도 어린 종교였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서구 개신교의 기준에서 볼 때 한국교회는 어린 아이였고 상대가 되지 않았을 뿐더러 한국교회는 서양 기독교의 변방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불과 1세기 만에 한국교회는 한국식 토종 기독교를 만들었다. 사경회와 부흥회로 대표되는 말씀에 대한 열정, 한국인들의 고유한 종교심성을 개발하여 한국교회에 정착시킨 새벽기도회, 전도에 대한 열심, 3ㆍ1 만세운동에서 보여주었던 민족을 위한 역사 참여 등이 대표적이다. 이 한국식 토종 기독교의 결과로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로 성장하게 되었고, 이제 한국교회는 복음을 받았던 교회에서 전 세계에 선교사를 파송하여 복음을 전하는 교회로 변하게 되었다.

한국펜싱은 이번 대회에서 놀라운 성적을 내어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남은 숙제가 있다. 그것은 부족한 손 기술을 어떻게 보완하느냐는 문제와 펜싱 인구 및 선수층의 저변 확대이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국펜싱 선수들은 한국 토종식 펜싱의 수준을 남김없이 보여주었고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이제부터는 한국 펜싱에 대한 연구와 견제가 본격화될 것이다. 만일 한국 펜싱이 이번 성적에 만족하고 안주한다면 다른 나라 선수들의 추격으로 언제든지 나락으로 추락할 수 있다.

지금 한국교회는 기로에 서 있다. 성장이 멈추었고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의 신뢰도 추락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복음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금 이 시대 한국사회의 요청에 한국교회가 창조적으로 대응할 시기이다. 만약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의 요청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한국교회는 한 순간의 절정을 맛본 후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21세기 지금, 여기에 맞는 새로운 한국 토종 기독교를 다시금 창조하여 지나온 시기보다 더욱 진한 맛과 풍성함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정명철 목사 / 도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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