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길

[ 논단 ] 남-여 동역의 리더십

김예식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8월 17일(금) 13:56

[주간논단]

2003년도에 출간된 책 중에 마사 발레타의 '여자한테 물어라'라는 마케팅에 관한 경영서적이 있다. 그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 "왜 은행을 터는가?" 그것은 "그 곳에 돈이 있기 때문이다", "왜 산에 오르는가?" 그것은 "그 곳에 산이 있기 때문이다", "왜 여성을 상대로 마케팅을 해야 하는가?" 그것은 "여성들이 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여성에게 실질적 상품 구매능력이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책이 쓰인 지 10년이 지난 후 오늘날, 남성들의 월급은 아내의 통장에 자동 이체되고 남성들은 자신의 월급을 만져보지도 못한 채 아내에게 용돈을 타 쓰는 신세가 되었다.

요즈음 백화점에 가보면 매장의 고객 대부분이 여성들이고, 모든 상품의 구매율의 80% 이상이 여성들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다. 마케팅 면에서 보면 오늘날은 과연 여성의 시대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이제 사회 전반에도 이어져 경제계에서도, 정치계에서도, 예술계, 교육계 등 여성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2000년 전 신약성경이 씌여진 시대로 되돌아가서 그 시대의 여성의 지위를 보면 어떠한가? 그 시대에는 남녀의 차별이 대단히 심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신약성경을 보면 종종 중요한 사역을 맡은 이들 중에 여성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신약성경은 여성들의 사역과 역할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는데 특히 막달라 마리아의 역할은 예수님의 열 두 제자들만큼이나 비중 있게 그려진다. 복음적 열심으로나 신앙의 깊이로나 주어진 현실에 대처하는 능력으로나 시련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자세 등을 볼 때 그녀는 참으로 훌륭한 제자였다.

예수님은 이 여성에게 부활 후 첫날, 제일 먼저 자신을 보이시면서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부활의 메시지의 첫 증언자, 선포자의 사명을 맡기셨다. 그렇다면 시간을 더 거슬러 구약시대로 올라가면 그 시대의 여성들의 위치는 어떠하였을까?

구약시대에는 여성에게 인권이 없고 사회활동, 경제활동, 정치활동 등이 거의 허락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폐쇄적인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지도자로 세움을 받은 여성이 있었다. 바로 사사 드보라였다. 여호수아가 죽은 후부터 이스라엘이 왕정체제를 갖추기 전까지 하나님께서 지도자로 세우신 열두 사사 중에 유일한 여성이 드보라이다. 물론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여성 지도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미리암과 훌다와 같은 여선지가 있었으나, 여사사로는 드보라가 유일의 인물이었다.

사사는 종교적 의미로서의 지도자 외에 행정, 입법, 사법, 국방을 총괄하는, 명실 공히 이스라엘 내의 최고의 수반(首班)이다. 사회와 정치가 불안하고 가나안 정복과정에서 어느 때보다도 용맹한 남성 지도력이 필요한 시점에서의 하나님의 드보라 선택은 참으로 놀라운 사건이었다.

드보라는 하나님으로부터 이스라엘의 사사로 임명받은 후 그를 도울 충실한 동역자로 바락을 세워 군대를 통솔하게 하고 지혜로운 여성 야엘을 통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야말로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하여 함께 대업을 이루어 내는 동역리더십(co-leadership)의 표본이다. 하나님이 그 시대에 원하셨던 것은 한 사람의 힘이 아니라 함께 손잡고 나갈 믿음의 지도력이었다.

지난 7월 28일자 기독공보에 이번 97회 교단 총회 여성 총대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1994년 총회에서 여성 안수가 통과된 이래 20여 년이 가까워오지만, 아직도 여성총대는 전체 총대 1천 5백명 중 0.67%로 1%를 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총대는 각 노회에서의 민주적인 투표에 의해서 선출되는 것이니 당연히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것이겠으나 한국교회 성도의 70%가 여성인 점을 감안한다면 1%에도 못 미치는 여성총대의 결과물은 왠지 아쉽게만 느껴진다.

한국교회는 이제 어느 때보다 함께 하나님 마음에 합한 교회를 세워 갈 동역리더십(co-leadership)이 필요하다. 이 일을 위해 한국교회가 새 시대의 신실한 지도력을 갖춘 기드온 뿐이 아닌 드보라들을 키워 함께 동역하는데 마음을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김예식목사/장신여동문회장, 장신총동문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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