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아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영원히 살아있으라

[ 고훈목사의 詩로 쓰는 목회일기 ] 세 가지 은혜

고훈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8월 17일(금) 13:41

[고훈목사의 시로 쓰는 목회일기]

민영아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영원히 살아있으라

                    ― 이민영 장기기증 임종예배에서

대낮에도 해가 진다더니
너는 정오도 되기 전에
하늘로 지는구나

그날
하늘이 황급히 너를 부를 때
우리는 네 손 붙잡고
너를 데려가지 말라고 울부짖었다
그럼에도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너를 보며
너의 부모는 내 손잡으며

목사님
우리 민영이 착한 맘 고운 얼굴
주님 사랑받는 딸로
지난 24년간 우리에게 주신
주님께 깨끗한 영혼일 때
데려간 것 감사합니다
함께 살면 우리 곁에 있어 좋고
거기가면 주님 곁에 있어 좋아
우리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습니다.
민영이의 모든 장기는
주님 뜻으로 기증할게요

민영아 민영아
네 영혼은 그날 하늘로 오르고
살아있는 장기를 모두 불러내
죽음 기다리는 9명의 목숨 속에
너는 생명으로 지금도 살아있다

우리 딸 귀한 장기
믿는 사람이면 더 좋고
안 믿는 사람이면
예수 믿는 조건 하나면 누구라도 좋습니다 하던
엄마의 산 믿음

우리는 살아서 못하고
너는 죽어서 할 수 있는 거룩한 일
그날이 오면
우리도 너를 따라
하늘에도 땅에서도 너처럼 영원하리라

민영아
우리가슴 쓰리고 또 아파도
오늘은 안녕
네 사랑하는 부모 동생 친구 친지 교우는
주님이 지키시기에
민영아 민영아
오늘은 이대로 우리 안녕


세 가지 은혜

우리는 24살 대학졸업반 민영이를 뇌혈관 다발성 파열로 하늘에 보냈다. 세 가지 은혜가 있었다. 하나는 민영이는 취업 준비하느라 수련회도 귀가도 반납하고 친구들과 기숙사에 남아 이 혹독한 더위와 싸우며 공부에 전심했다. 직업에 충실하다 죽은 사람을 순직(殉職)자라 하고 조국을 위해 몸 바친 사람을 순국(殉國)자라 하고 신앙을 지키다 죽은 사람을 순교(殉敎)자라 한다. 민영이는 취업준비 공부하다 몸 바쳤으니 우리 사회 교육을 위해 순교(殉敎)자다. 이 땅에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입시와 취업을 위해 이렇게 희생당하고 있는가?

또 하나는 뇌사상태로 이틀 누워있는 민영이의 장기를 기증한 일이다. 죽음을 기다리던 아홉 사람의 목숨을 소생시키는 은혜가 있었다.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정황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믿음 잃지 않고 딸의 장기를 다 기증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부모가 갖고 온 집사의 신앙이다. 죽음에도 품격이 있다. 이것은 위대한 생명 품격이다.

또 하나는 성도들의 48시간 기도다. '나사로야 나오라'는 설교를 한지 한주간 뒤에 일어난 일이다. 인간의 마지막은 하나님의 시작이기에 나사로는 죽음이란 인간의 끝이지만 하나님은 거기서 시작한다 했다. "하나님 우리 민영이 살아오게 하십시오." 우리교회는 그렇게 기도했다. 하나님은 민영이 영혼을 하늘나라로 불렀다. 그러나 죽은 시신에서 사람 살릴 수 있는 민영이의 지체들을 불러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죽음은 더욱 청년의 죽음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러나 그 죽음 통해 아홉 사람에게 생명의 기적을 주는 하나님의 섭리를 누가 알겠는가?


고훈목사/안산제일교회ㆍ국제펜클럽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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