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란노 연극아카데미

[ 최종률장로의 빈방있습니까? ] 두란노아카데미의 추억

최종률장로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8월 10일(금) 14:51

[최종률장로의 빈방있습니까?]

기독교연극은 교회 안에서는 절기 연극으로, 교회 밖에서는 선교극으로 그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훈련하는 교육 시스템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예컨대 한동대학교의 언론정보문화학부, 성결대학교의 뮤지컬과, 백석대학의 뮤지컬과,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의 무대연기과 등 몇몇 기독교재단 학교의 연극 관련학과와 어느 교단에서 가끔 여는 절기 성극 강습회가 전부인 실정이다. 특히 성극사역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이나 교회 드라마 팀의 아마추어 연극인들을 위한 교육 훈련 프로그램은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다 보면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두란노 문화센터에서 개설하여 운영했던 연극 아카데미가 떠오른다. 필자는 이 프로젝트의 기획단계에서부터 관여하여 전임강사로 폐강될 때까지 10년간의 모든 과정을 수강생들과 함께 했다.
 
두란노 연극아카데미는 일주일에 하루 씩 전 12주간의 교육을 거쳐 13주차에 수료공연을 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 단기과정이었다. 주요 커리큘럼은 연극개론, 연기론, 희곡론, 무대미술론, 무대기술론 등 연극 전반에 관란 이론 강의와 실습을 병행하면서 부활절이나 성탄절에 알맞는 희곡을 선택하여 실제 연습을 거친 후 공연을 함으로써 전과정을 수료하는 내용으로 짜여져 있었다. 비록 단기코스였지만 연극의 입문과정으로서는 나름 자임새를 갖추고 있었다. '빛과 소금', '생명의 말씀'과 같은 기독교 잡지나 CBS, 극동방송의 전파를 이용하는 것이 홍보의 전부였는데도 매 기수마다 약 25명에서 30명 정도의 신청자들이 수강했다.
 
건물 임대료와 상주하는 간사의 급여는 따로 지원을 받았지만 강사비, 교재 제작비, 간식비 등 아카데미의 운영에 따르는 모든 재정을 수강료만으로 충동하다 보니 늘 어려움이 따랐다. 자칫 수강생이 적기라도 하면 그 기수에서는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그런 빈약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문화선교의 첨병으로 기독교연극인을 양성한다는 문화센터의 사명감과 수강생들의 배우고자하는 열정이 상승작용을 해서 아카데미의 분위기는 언제나 열기로 가득했던 것을 기억한다.
 
연극 아카데미 과정의 정점인 수료공연 날에는 가족 친지들과 교회 식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모두 열연을 펼쳤다. 그리고 공연 대본과 공연 실황을 담은 영상, 음향과 음악 자료와 같은 것들은 수강생들에게 주어지는 덤으로, 지교회로 돌아가서 같은 작품을 새로 제작하는 데에 도움이 됐던 것도 아카데미의 장점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여러 기수에서 뜻을 같이하는 지체들이 모여 극단 '두란노'가 태동하게 되기까지에 이르렀다. 극단 '두란노' 식구들은 매 기수의 수료공연 때마다 아카데미를 방문해서 후배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면서 신입단원을 스카웃하는 그들의 목적을 거뜬히 달성시키고는 했다. 그후 극단 '두란노'는 정기공연, 순회공연, 연극제 참여, 해외공연 등 활발하게 활동영역을 넓혀갔다.
 
두란노 연극아카데미 사역에서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것은, 어느 해인가 정규 아카데미와는 별도로 주부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주부연극교실을 열었던 일이다. 남편과 자녀들 뒷바라지 하느라 자신만의 삶을 많은 부분 희생해온 중년의 주부들에게는 자아실현에 대한 강한 욕구가 내재되어 있게 마련이다. 그 점에 착안하여 개설했던 주부 연극교실은 예상을 뛰어넘는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이구동성 처녀시절에는 배우가 꿈이었다는 주부들이 몰려왔던 것. 심지어 부산에서 올라온 어느 주부는 평소 문화적인 갈증을 참아오던 참에 주부연극교실을 기화로 남편을 설득해서 기어이 서울로 이사를 결행했다고 행복해했다. 그후 들려온 소문으로는 수료공연 작품을 가지고 주부들이 섬기는 교회들을 순회하며 공연을 가졌고 부부동반으로 자주 모인다고 했다.
 
안타까운 것은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연극아카데미가 중단된 후 재건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삼스럽게 과거사를 이야기한 것은, 기독교 연극의 발전을 위한 새롭고 진일보한 교육시스템이 절실하다는 점을 환기하기 위해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한가지 희망적인 움직임이 있다. 연극선교에 비전을 가지고 있는 몇 분의 목회자들이 필자와 함께 새로운 기독교 공연 아카데미의 개설을 목표로 기도하며 준비 중에 있다는 것이다. 독자들께 기도를 부탁드린다.

최종률 / 연극연출가ㆍ배우ㆍ한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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