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꿈을 꿔 봤습니다

[ 논설위원 칼럼 ]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꿈

김운성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8월 03일(금) 14:29

[논설위원 칼럼]

예수님께서는 마태복음 13장 1절 이하에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셨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 비유는 '밭의 비유'라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이 비유에는 길 가, 돌밭, 가시떨기, 좋은 땅이라는 네 종류의 밭이 나오고, 밭에 따라서 열매를 맺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
 
여기서 밭이란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요, 씨는 예수님의 복음, 말씀입니다. 우리는 그 복음을 뿌리도록 사명을 받았다. 그렇다면 씨 뿌리는 사람의 마땅한 태도는 무엇일까? 우선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러나 열심만 가지고 될까?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대두된다.
 
언제부터인지 밭이 점점 딱딱해지고 있는 것 같다. 교회를 향한 사람들의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 전도가 점점 힘들다고 한다. 씨를 뿌려도 길 가에 떨어진 씨처럼 사람들의 마음 속에 심겨지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열심만 가지고는 안된다. 새들만 좋게 할 뿐이다. 이 때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밭부터 깊이 갈아엎은 후에 씨를 뿌려야 한다.
 
나는 사람들의 마음 밭을 가는 꿈을 꾸곤 한다. 예를 들어 교인이 수 만 명쯤 되는 대표적인 교회들이 한 교회 당 1백억 정도의 기금을 매 년 내놓는다. 잘 모르기는 하지만, 그 정도 규모의 교회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교회들도 규모에 따라 기금을 내놓는다. 작고 어려운 교회들도 조금씩이라도 동참한다. 정 어려우면 기도하는 마음만으로도 족하다. 혼자서 주먹구구식으로 계산을 해 보았다. 우리 교단 교회들이 비장한 결단을 하고 참여한다면 매 년 1천억 정도는 조성할 수 있지 않을까?
 
그 후엔 이 기금으로 사회의 어려운 이들을 파격적으로 돕는다. 그렇게 되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불우 이웃을 위해 1천억 기금 조성", 이렇게 대서특필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 교회는 거룩한 샘을 잘 내는(?) 성정을 가지고 있으니, 타 교단에서도 함께 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엄청난 기금이 주님의 이름으로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히는 데 사용될 것이다. 이 일을 한 십 년 계속하면 우리는 주님의 사랑을 상당한 수준에서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마음이 길 가처럼 굳었던 사람들이 복음을 향해, 교회를 향해, 궁극적으로는 주님을 향해 마음을 열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후에는 씨가 잘 심겨질 것이다. 굳이 '3백만 운동'같은 표어를 내걸지 않아도 저절로 4백만, 5백만으로 부흥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부흥이 진짜 부흥 아닐까?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꿈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런 돈이 어디 있어? 그리고 돈 있다고 교회들이 척척 내겠나? 현실을 모르는 소리지"라고 하실 것이다. 물론 필자도 잘 안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을 "한 번 꿈을 꿔 봤습니다"라고 적은 것이다.
 
그렇지만 두렵다. 어느 날 "동화사 1백억, 통도사 1백억, 해인사 1백억, 범어사 1백억, 불국사 1백억… 총 5천 억 불우이웃을 위해 희사", 이런 기사가 신문마다 대문짝만하게 실릴까 두렵다. 우리가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그들이 현실로 만들까 두렵다. 그들이 선수를 치면 뒤늦게 우리가 1조를 내놓아 보아도 이미 때는 늦다. 그러니 독자 여러분, 보안 유지에 힘써 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는 정말 없는 것일까? 나는 우리가 이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가의 여부에 한국교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믿는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김 목사, 당신부터 하시오'라는 마음의 소리 앞에서 큰 찔림을 받고 있다.

김운성목사 / 땅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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