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도 일하고 싶다(김대양)

[ NGO칼럼 ] 노숙인에 대한 편견

김대양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7월 27일(금) 14:03

[NGO 칼럼]

노숙인이라는 용어를 이해하려고 하면 1998년 IMF를 기점으로 달라지게 된다. 1998년 경제위기 이전에도 부랑인 수용시설이나 행려자들이 수용된 시설 등에 수많은 노숙인이 수용이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사회적으로 이들의 존재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거나 사회문제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그냥 노숙인들을 '부랑인' 또는 '걸인' 등으로 이해하면서 이들을 당연히 격리해야 할 대상자로 여겨왔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 이후에 사업부도나 실직으로 사회에 노숙인들이 눈에 뛰게 늘어나면서 노숙인들은 이 사회에서 격리돼야 할 대상자가 아니라 이들도 역시 사회복지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대상자들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과거의 노숙인들은 개인적 결함이 발생하여 빈곤에 처함으로 부랑인으로 살아가거나 행려자로 낙인이 찍혀 수용시설에 갇히게 되기도 하였지만, 경제위기 이후에 발생된 노숙인들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인하여 사업이 부도가 나거나 실직으로 인하여 빈곤에 처하게 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위기 이전의 노숙인을 '부랑형 노숙인', 경제위기 이후를 '실직 노숙인'으로 구별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는 이들을 이해하고 지지하여 한 사람의 노숙인이 사회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쓰기 보다는 여전히 이들을 경계하는 관점으로 바라보았다. 이들이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더 나아가서 이 사회에 피해를 입히는 부류라는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다.
 
필자는 노숙인 사역을 시작한지 8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대구에서 새살림공동체라는 노숙인 쉼터 시설장으로 일하고 있다. 시골에서 농촌목회를 13년간 하고, 새로운 사역에 들어선지 그리 길지 않지만 그렇다고 짧지 않은 세월을 지나고 있다. 노숙인 사역을 하면서 제일 부딪혔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편견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편견을 가지고 그들을 대하였다. 냄새나고 지저분하고 놀고 먹는 사람들, 참으로 세상에서 팔자좋은 사람들이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1년, 2년, 3년… 세월이 가면 갈수록 편견은 깨지기 시작했다. 노숙인들은 놀고 먹는 사람들이 아니라 일을 열심히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세월이 흘러가면서 알게 되었다.
 
8년간 노숙인들을 만나오면서 일을 하지 않고 놀고 먹으려고 하는 노숙인들은 거의 없었다. 처음에 노숙인쉼터에 오면 노숙인들은 좀 어리둥절해 한다. 사업을 하다가 부도가 나거나 실직하거나 그래서 가정이 해체되어 오갈 데가 없어서 쉼터에 왔는데, 처음 경험하는 쉼터 분위기에 어리둥절하게 며칠을 보낸다.
 
며칠 동안 직원들은 새로 들어온 노숙인을 그저 관찰만 하며 마음 편히 먹고 자고 쉴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다. 거리노숙을 하면서 받았던 내면적 상처와 외상을 치료하려면 몇 달 걸려도 치료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 며칠간 만이라도 이들을 배려하자는 뜻에서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면 노숙인들 스스로 사무실 문을 두드린다. 제일 많이 상담하는 내용이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노숙인들에게 제일 절실한 문제가 일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일을 하고 싶지만 이들에게 넘어야 할 산이 존재한다.
 
쉼터에 오기 전에 금융기관이나 사채의 빚을 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직장을 구하여 일을 하지만 월급날이 되면 어떻게 알았는지 월급에 대한 압류가 이미 돼 있다. 열심히 일해서 한달 월급을 탄다는 희망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노숙인들을 두 번 절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처지에 놓인 노숙인들이 좋은 직장을 구하여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그림의 떡 같은 것이다. 이러한 노숙인들의 처지를 우리들은 이해하기 보다는 일을 할 수는 있어도 일 할 의지가 없는 사람, 일도 안하고 노력도 안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다. 이젠 노숙인을 사회적 낙오자가 아닌 사회적 약자로 여기며 우리가 가진 편견을 버려야 한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이 땅에 오신 그리스도께서는 소외되고 가난하여 힘이 없는 백성들을 편견 없이 사랑하셨다. 부자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보다 더 사랑하셨다. 주님께서 보여주셨던 귀한 사랑을 생각하면서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살필 수 있는 모습을 가지면 좋겠다.


김대양목사/예장 노숙인 선교 연합회장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