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최대 이슈 '경제민주화'

[ 교계 ] 경제민주화에 대한 소망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2년 07월 24일(화) 15:25

'경제 약자 증가 따른 시대적 요청, 상생 위한 선결과제'

 
오는 12월 대선을 앞둔 최근 정치권의 화두는 단연 '경제민주화'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경제민주화' 실현의 적임자임을 주장하며, 대통령 당선을 위한 한 표를 부탁하고 있다. 그러나 이슈 선점을 위해 정치권이 앞다퉈 경제민주화가 자신들이 경제민주화의 적임자라 부르짖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국민들 중 상당수는 그 개념이 정확히 무엇인지, 이것이 실현되면 나의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노암 촘스키 등 세계의 석학들 조차 아직 확실하게 정의내리지 못할 정도로 그 논의가 충분히 진전되지 못한 경제민주화는 실제로 식자(識者)층에게도 어려운 개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경제민주화에 대해 논의된 의견을 수렴해보고 이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해보는 것은 깨어있는 국민, 깨어있는 기독교인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일 것이다.
 
'경제민주화'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경제 활동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개혁하는 일. 자유 경쟁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노동 계급을 보호하여 그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옹호한다'라고 나와 있다.(naver 국어사전)
 
솔직히 이 정도의 사전적 정의로는 경제민주화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제민주화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알기 위해서는 왜, 지금 경제민주화가 정치권 최대의 이슈가 되었는가 하는 점을 파악해야 한다.
 
현재 경제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직접적인 이유는 서민과 중산층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높은 실업률과 비정규직 확대, 낮은 급여 등으로 인해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고, 물가는 계속 올라 서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반면에 재벌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재산을 늘려가고 있고, 투자라는 명목으로 골목상권까지 파고들어 구멍가게들의 영역까지 침범해오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국민의식의 밑바닥부터 점차 하나의 여론으로 수렴되어 경제적 소외에 대한 불만이 비정상적으로 표출될 지경에 이르자 이를 감지한 정치권에서는 경제민주화라는 키워드를 자신의 것으로 각인시키려는 노력을 하게 된 것.
 
우리나라의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경제민주화가 헌법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헌법 제119조 1항에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원리를 근간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횡포를 부리는 것을 막기 위해 2항에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문화되어 있다.
 
현재 경제민주화의 핵심과제로 대두되는 문제를 살펴보면, 재벌 문제, 대기업-중소기업 관계 문제, 노동 문제(비정규직 차별, 워킹푸어(working poor)) 등이다. 이중 여야의 의견이 크게 다른 분야가 있는데 가장 큰 차이점은 대기업에 관련된 부분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지배구조와 조세에 대한 관점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사실 기독교 사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WCC 등 에큐메니칼 진영에서는 신자유주의 경제세계화의 폐해로 인해 부의 집중이 심해지고, 약자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지는 현실에 대해 기독교인으로서 공정한 부의 분배와 이를 위한 시스템의 마련을 주장해왔다.
 
지난 2011년 '폭력극복 10년 운동'을 평가하기 위해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모인 기독교인들은 평화에 대한 한 분야로서 '시장의 평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여기서는 시장 내 시장자본주의 이론을 신앙처럼 숭배하고 시장에서의 무한경쟁을 정당화하고 강요하는 문화적 폭력에 대해 조명했다. 이 자리에서는 시장의 폭력이 불공정한 경제환경과 제도 때문에 생기는 것임을 재확인하고, △투자자와 고용주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근로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외면하는 일 △정부가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일 △정치인들이 다수 의견을 무시한 채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일 △공공기관이 중소기업과 동네 가게를 보호해주는 법과 규정을 만들지 않는 일 △정부와 경제 단체가 최저임금을 낮게 책정하기로 합의하는 일 △고용주들이 근로자들을 쉽게 해고하는 일 등을 정의롭지 못한 사회구조와 환경으로 지적했다.
 
OECD 회원국들의 빈부격차 정도를 보면 상위 10%의 부자들의 소득이 하위 10%의 소득보다 9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0대 1로 평균보다도 빈부격차가 크다. 미국의 경우 지난 30년간 상위 1%의 소득은 2백75% 증가했지만 하위 20%의 소득은 18% 증가에 그쳤다. 지난 30년간 선진국에서는 눈부신 경제성장이 이뤄졌지만 그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1년간 30대 재벌총수 가족은 증시에서만 13조원을 벌어들였다. 우리 경제총생산 GDP의 1%가 넘는 돈을 단 1년만에 주식으로만 벌어들인 것. 15대 재벌 계열사가 지난 4년 사이 4백27개에서 7백78개로 64% 증가했는데, 실상 그 내용은 슈퍼, 빵, 통닭에 이르기까지 골목상권의 내수시장으로 파고든 것이다. 계열사가 64% 증가한 15대 재벌은 영업이익이 무려 73%나 증가했다는 보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률은 제자리이고 실업자는 증가하고 있다.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실업자가 늘어나고, 서민경제는 날로 힘들어 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민주화의 실현은 시대의 필연적인 요구가 됐다. 부디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가 보다 구체화되고, 아울러 실천의지를 가진 지도자가 선출되어 서민들의 고통이 줄어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