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허물기

[ 목양칼럼 ] 담장 허물기

이흥식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7월 13일(금) 18:59
목양칼럼

목회자도 취미생활이나 여가선용을 위해서 뭔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친구 목사의 권유로 낚시를 따라 가게 되었다. 평소에 바둑이나 등산이나 운동이나 악기나 뭔가 하나쯤은 했으면 좋겠다고 망설였던 터라 낚시가 그런대로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다. 예수님의 대부분의 제자들이 어부 출신인데 목사가 낚시 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울리는 취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침 친구목사가 낚시가는 날 나도 따라 나섰다. 친구의 낚싯대를 빌려서 간단한 교육을 받고 낚시를 던졌다. 친구는 연못 맞은 편에서 낚시를 내렸고 나는 반대편에서 내렸다. 처음 한 시간 정도는 별로 기미가 보이지 않더니 맞은편에 있는 친구는 금방 금방 고기를 건져내는 것이었다. 멀찌기 바라보는 친구의 고기 낚는 솜씨는 참 신기하고 놀라웠다. 그러나 나는 한 시간이 지나도 입질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자 차츰 짜증도 나고 피곤하기도 한데 갑자기 속이 상하기 시작하였다. '처음 오는 나를 고기도 안 잡히는 자리를 앉히고 자기는 잘 잡히는 자리를 차지하여 저렇게 잘 잡는 구나' 생각하니 서운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했다. 두 시간 후 친구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김 목사 여기서 고기 너무 잘 잡네. 나는 한 마리도 못 잡았어. 미안하지만 자리를 좀 한번 바꿀 수 없나?"

내 생각으로 내가 고기를 못 잡는 것은 '나쁜 자리'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내 말을 듣고 친구는 금방 자리를 흔쾌히 양보해 줬다. 그 후 몇 분 동안은 고기가 한 두 마리 잡히는 것 같더니 또 안잡혔다. 그러나 자리를 옮긴 친구는 다시 잘 잡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낚시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에게 물어봤다. "어떻게 자네는 잘 잡는데 나는 못 잡는 걸까?" 친구가 웃으며 하는 말이 참으로 일리가 있었다.

고기는 장소도 중요한 것 같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기가 몰려오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낚시 바늘만 내리는 것이 아니고 고기가 몰려오도록 떡 밥이나 미끼를 수시로 던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맞다. 낚시 기술도 필요하지만 고기가 몰려오도록 해야 하는 것이구나! 이런 심오한 목회 원리가 낚시에 숨겨져 있다니….

그리고 며칠 뒤 교회를 다니지 않는 노총각이 찾아와서 내게 결혼식 주례를 부탁했다. 스케줄을 살펴보고 집에 가 계시면 가부 연락을 드리겠다고 하고 몇몇 교회 직분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지 의견을 들어봤다. 목사가 세례 받지 않은 사람에게 주례는 절대로 하면 안된다는 분도 계셨고,어떤 분은 괜찮다고 하셨다. 혼자 고심을 하다가 결국은 불신자지만 주례를 해 주겠다고 흔쾌히 허락하였다.

단 결혼식 절차를 기독교식이 아니고 일반인 주례사가 하는 것과 같이 하겠다고 단서를 걸고 하였다. 그리고 형편이 어려울 걸 알고 교회 교육관을 결혼예식장으로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나서는 그 가족과 이웃들과는 매우 가까워져서 서로 인사하고 그들이 교회로 찾아오는 때가 많았다. 교회 나오지 않는 동네 술먹는 아저씨의 장례식에도 문상가고 교회를 욕하는 아주머니가 입원한 병문안도 하고,사고뭉치 동네 청년의 교도소에 면회도 가고 목사와 교회의 담장을 허물기 시작했다.

그 후부터 이상스레 불신자 등록이 많아져서 한번 물어봤다. "이 동네에 교회가 많은 데 어떻게 아시고 우리 교회를 선택하여 등록을 하시게 되었습니까?"

답변은 의외로 이사온 집 주인이나 동네 사람들의 소개로 오게 되었다는 분들이 많았다. 소개를 해주는 분들 자신은 교회를 다니지 않는 분들인데 우리 교회를 자기 교회 같이 자랑스럽게 소개 하더라는 것이었다.

"너희는 교회의 빛과 소금이 아니요,세상의 빛과 소금이니"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한다. 교회의 담장을 허물자. 목사의 담장도 허물고.


이흥식목사 / 평산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