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추구해야 할 것

[ 논설위원 칼럼 ] 종교의 본질

조용훈교수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7월 13일(금) 18:50
논설위원 칼럼

여름철에 횟집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기는 하더라도 회는 일년 내내 인기있는 메뉴다. 좋은 횟집과 그렇지 않은 횟집의 차이는 무엇일까? 좋은 횟집은 밑반찬 일명 '스끼다시'보다 횟감에 신경을 더 많이 쓴다. 여러해 전 퇴수회 때 남해의 한 횟집에 갔었는데 그 식당이 그랬다. 밑반찬이라야 배춧잎과 깻잎,그리고 풋고추 몇 개가 전부였지만 회 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반대로 시원찮은 횟집은 횟감보다 밑반찬에 더 신경쓴다. 그런 횟집일수록 밑반찬이 요란하고 화려하다. 그 요란스런 전채를 먹다보면 배는 부르고 입맛은 둔해진다. 메인 메뉴인 회 맛도 모르게 된다. 횟감보다 밑반찬에 더 관심하는 횟집,그런 집 간판은 '횟집'이라기보다는 '스끼다시집'으로 고쳐달아야 한다.

본질인 횟감과 비본질인 밑반찬의 뒤바뀜과 비슷한 현상은 사회 여러 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내용보다 포장이 더 화려한 상품들은 재래시장만 아니라 백화점에도 널려 있다. 신앙생활에도 그런 가치의 뒤바뀜이 생겨날 수 있다.

종교의 본질은 무엇일까? 거룩함을 추구하고 성스러움을 깨닫게 하는 일이 아닐까. 예술이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과학이 새로운 지식을 추구한다면 종교는 거룩함이 본질이다. 사랑이나 정의와 같은 가치들조차 종교 아닌 다른 데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가치다. 그러나 성스러움이란 가치는 오직 종교에서만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종교는 그 본질인 성스러움을 추구하고 구현하는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 속에서 종교들은 본질 대신 비본질적인 것을 추구하려는 유혹에 빠지곤 한다. 종교가 하나의 시장 상황이 되고 복음이 상품화되는 우리시대에 이런 유혹은 더 커지고 있다. 이같은 종교의 세속화는 종교인과 신도 모두의 책임이다. 화려한 밑반찬으로 맛없는 횟감을 덮어보려는 횟집 주인처럼 어떤 종교인들은 마케팅 차원에서 비본질적인 것을 부각시킨다. 한편,화려하고 자극적인 밑반찬에 입맛이 길들여진 횟집 손님들처럼 어떤 신도들은 비본질적인 것에 더 많이 관심한다.

요즈음 비판에 직면한 한국교회가 대내외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회 안으로는 이기적 집단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사회봉사관을 짓고,떠나가는 젊은 세대를 붙잡기 위해 카페를 열고,예배 내용과 형식을 과감하게 파괴하기도 한다. 각종 세미나나 성경공부,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교인들의 다양한 욕구충족에 심혈을 기울인다. 교회 바깥으로는 왜곡된 언론보도를 바로잡기 위해 범교단적 언론대책위원회를 가동하고,범교단적 사회봉사단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심지어 권력 창출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정치적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교회에 대한 사회의 오해나 편견을 교정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들이 본질적인 것으로 생각되진 않는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은 일로 생각한다. 교회에 반드시 있어야 할 본질은 성스러움이다. 사회봉사관,카페,세미나,문화 프로그램 다 필요하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거룩함을 잃은 교회는 자칫 사회복지기관이나 친교의 장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거룩함을 경험할 수 없는 예배는 엔터테인먼트가 될 위험이 크다. 그러므로 우리시대 교회가 목숨 걸고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일은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예배와 세속사회 한복판에서 나타나는 성도들의 거룩한 삶이라 하겠다.


조용훈교수 / 한남대 기독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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