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학회 등 3개 단체 '한국 기독교의 사유화와 공공성' 심포지엄

[ 교계 ] 공공성 회복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2년 07월 11일(수) 13:52
"공공성 회복이 가장 시급한 과제"

초기 한국 기독교는 학교,병원,공회 등 다양한 공적 기구를 설립,교파 간 일치와 연합을 통해 개인과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민족의 발전을 견인해 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독교 내에 이러한 핵심적 가치가 상실되고 오히려 사유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최근 한국기독교학회(회장:채수일),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선교훈련원(원장:이근복),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회장:황승영)가 공동으로 지난 6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한국 기독교의 사유화와 공공성' 심포지엄을 주최해 교회와 기독교 관련 기관들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한국크리스찬기자협회 회장 황승영기자(한국성결신문)는 '언론에서 바라본 한국기독교의 사유화와 공공성'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대형교회 목사직 세습,성직 매매 및 목회지 매매,선교지 재산 사유화,연합기관 공교회성의 위기,기독교 사학의 사유화 등 한국교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카지노에서 11억원 이상을 탕진한 목사의 사례와 교회 재정 32억원을 횡령해 최근 항소심에서 2년6개월을 선고받은 M교회의 사례를 예로 들며 한국교회의 공공성을 헤치는 주범을 '돈'으로 지적한 황 기자는 한국교회의 사유화 논란을 부추긴 또 하나의 커다란 원인으로 대형교회의 담임목사직 대물림을 꼽았다. 그는 "존경받던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앞다투어 하는 이유는 교회 재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기조발제 후에는 한국기독교의 사유화와 공공성에 대해 '목회학적으로(정성진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종교사회학적으로(이철교수/숭실대)','한국교회의 사사성과 공공성-조직신학적으로(전철교수/한신대)','신학적 대안으로(조성돈교수/실천신학대학원)' 각각 발제가 있었다.
 
정성진목사는 "세습을 하는 교회는 교회가 아니라 왕국이며,왕국은 아들이 세습을 해야 평안한 곳"이라고 비꼬며 "한국교회는 공교회성,보편적 교회의 특성이 사라진 교회이고,많은 교회들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있으며 그 브레이크는 고장났다"고 비판했다.
 
그는 "욕망에 이끌려가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초대교회로 돌아가야 하며 재정의 투명성과 건강성이 회복해야 한다"며 "선거에 교회 재정이 사용되서는 안되며,목사가 사용할 수 있는 항목을 분명히 정해놓아야 하고 법적인 제동장치를 걸어놓아야 한다. 또한,세습을 막는 교단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종교사회학적 입장에서 발제한 이철교수는 "최근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세습 관련 문제들,그리고 은퇴 후에도 교회 치리권을 놓지 않으려는 사태들은 원초적으로 사유화된 한국교회의 외상적 증상"이라며 "한국교회의 사유화 현상은 자본주의의 사유재산과 마르크스의 물신주의와 이어져 있으며 더 나아가 프로이트의 자기애에 연결돼 있다"고 진단했다.
 
조직신학의 입장에서 발제한 전철교수는 "한국교회의 공공성 화두는 '교회가 세상을 향해 어떻게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가'라는 교회 내적 과제에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교회의 사사성과 사유화의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경고,비판에서 등장한다는 점이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그는 한국교회의 공공성 과제로 △교회와 국가, 교회와 정치권력,교회법과 사회법 사이의 관계문제(정교분리,기독교정당,교회세금) △한국교회의 종교,사회,문화적 배타성의 문제(교단분열,종교근본주의) △한국교회가 사회 안에 있는 내적 각성과 현실적 연대(교회 양극화 극복,교회 공공성 회복,사회적 책임) 등을 꼽았다.
 
신학적 대안을 제시한 조성돈교수는 "기독교 정신으로 인해서 새로원진 것들이 다시 한국적 가치관에 의해,그리고 그 세력에 의해 지배받게 됐다"며,그 대안으로 △기독정신의 회복 △공교회 기능 회복 △공적 기관의 자리를 정치의 노획물이 되지 않게 보호할 것 △기독교 공익재단 설립 등을 제시했다.
 
한편,이날 심포지엄 말미에는 한국교회 공공성 회복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선언문에서는 △한국 기독교는 기업화,사당(私黨)화,기복화,주술화 되어가는 현실을 고백하고,이 지경에 이르도록 묵인한 죄를 고백할 것 △한국교회의 공공성은 교회를 누구의 소유 대상으로 생각하는 인식 자체를 변화시킬 때 이루어질 수 있으며,이를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함 △세상의 부조리에 더 이상 편승하지고 오히려 부조리한 질서를 변화시킬 것 △보편적 가치와 합리성,그리고 공익성에 바탕을 둔 기독교 정신을 회복해야 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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