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은퇴 후 과제

[ 선교 ] 멤버 케어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2년 07월 11일(수) 11:09
세계 각지에서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들도 어김없이 은퇴의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은퇴한 선교사들은 가장 먼저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데, 최근들어 점차 늘어 나고 있는 은퇴 선교사들은 귀국을 하거나 혹은 현지에 남거나 아니면 제3국으로 이주하는 등 다양한 선택을 하고 있다. 문제는 선교사의 은퇴가 체계적인 시스템없이 선교사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셀프 서비스'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다.
 
 
선교사의 은퇴는 셀프 서비스?
 
어느 누구도 선교사의 은퇴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사역 중인 선교사가 후원교회가 보내주는 선교비 중 일부를 은퇴자금으로 적립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 본교단 선교사들은 65세를 정년으로 하고 있고, 70세까지는 1년씩 사역을 연장할 수 있다. 은퇴는 곧 후원의 중단을 의미한다. 긴 세월을 선교비를 통해 사역을 하고 생활을 해 왔던 선교사들에게는 은퇴와 함께 현실이 되는 후원중단 사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장벽이 되고 있다.
 
중부유럽에서 사역 중인 한 선교사는 "은퇴를 일부러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선교사가 현장에서 세울 수 있는 계획이라는 것은 사역계획이 주를 이룬다. 사역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긴다면 사실 선교는 뒷전이 된 것이다. 현실이 이런데 선교사가 은퇴를 위한 준비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상상 할 수 있는 범주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현직 선교사가 스스로 은퇴를 준비하는 것의 한계를 분명히 설명했다.
 
은퇴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면서 은퇴 선교사들에 대한 관심이 선교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기는 하다. 현재 본교단 세계선교부는 선교사 1인당 매월 2만원씩을 청약저축에 저금하도록 하고 있다. 부부가 모두 파송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실제 한달 저금액은 최소 4만원으로 선교사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있다는 것이 세계선교부의 설명이다. 세계선교부 김지한목사는 "대다수의 선교사가 국내에서 집을 구입한 적이 없다보니 장기적으로 보면 청약저축은 은퇴 선교사들에게 최소한의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다. 한편 한국세계선교협의회가 해외에서 국위선양한 선교사들에게 청약을 통한 아파트 구입에 있어서 혜택을 주자는 논의를 정부와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은퇴 선교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선교의 데이터 베이스, 은퇴선교사
 
선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교지에 대한 경험과 외국어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외에도 다양하고 복잡한 요소들이 있겠지만 문화와 언어가 완벽하게 준비된 선교사만큼 가치있는 자원은 없다. 이런 면에서 선교지에 완벽하게 적응된 은퇴 선교사들이야 말로 선교의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노하우를 선교계가 함께 공유하고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일이야 말로 선교의 재부흥을 꿈꾸는 한국교회에게는 매우 중요한 선결과제로 이해할 수 있다.
 
선교사 파송 세계 1위국인 미국의 경우 '실버 선교사' 제도가 정착됐다. 미국장로교(PCUSA)만 해도 은퇴한 선교사들이 본부에 들어와 자신이 평생을 쌓은 선교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사역을 감당하도록 한다. 미국세계선교센터(USCWM) 종 김(Chong Kim) 전략본부장은 "은퇴 선교사들은 선교의 미래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자원이라는 공감대가 이미 미국교회에 있다"면서, "특정 국가에 대한 정책을 세운다거나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때 최선의 대책을 세우는 일에도 이들의 경험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교회와 총회, 선교계 공통의 과제
 
은퇴 선교사들에 대한 대책에 있어서 왕도는 없다. 다만 선교의 미래를 위해서는 공동의 관심사로 부각시켜서 함께 대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미 선교계에서는 파송교단(단체)와 후원교회가 함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들을 지속적으로 내 놓고 있다. 특히 선교사에 대한 멤버 케어가 선교사 훈련부터 은퇴와 그 이후까지 이어지는 전인적인 과정인 점을 감안한다면 선교사 은퇴 문제를 '은퇴 후 거주지', '노후보장 자금' 등 단편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피터 조던선교사는 자신의 책 '낯선고향'(원제:Re-Entry)에서 선교사가 은퇴해 본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우주 비행사가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에 비유했다. 그는 "우주 비행사가 우주선을 지구의 대기권 안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노력과 열심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면서, "파송교단과 단체, 교회와 선교사가 모두 함께 선교사들에게 잠재된 위험요소들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극복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한달 간 이어진 네 차례의 기획은 선교사 멤버 케어로 귀결된다. 파송만 하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믿음. 이 믿음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선교를 세계 2위라는 반열에 올려놓는데 중요한 동인을 제공했다. 하지만 새로운 세기, 선교의 대부흥을 위해서 한국교회가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은 체계적인 멤버 케어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보다 건강한 선교, 보다 튼튼한 선교의 기본기를 갖춰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가 한국교회 앞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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