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위로해주는 것은 기도, 말씀 그리고 글쓰기"

[ Book ] 빈들로 가거라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7월 11일(수) 11:00
 새 묵상집 '빈들로 가거라' 펴낸 정연희권사
 
 
'내 잔이 넘치나이다' '양화진'으로 알려진 소설가 정연희권사가 묵상 기도집 '빈들로 가거라(북치는 마을)'를 펴냈다. 1990년 출간된 묵상 시집 '외로우시리'에 이어 20여 년만이다.
 
   
"요즘 나를 보면 쓰라린 마음이 듭니다." 지난 6일 서울의 한 중식당에서 만난 정연희권사(77세ㆍ그루터기교회)는 지난 2008년 사랑하는 남편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이후 "아직 영적인 어두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쓴 것"이라고 새 묵상집을 소개했다. '외로우시리'가 첫사랑의 감격에 겨운 기쁨과 감사의 고백이었던 반면 '빈들로 가거라'에서는 죄책감, 상실감, 고통에 몸부림치는 스스로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지난 4년여 간 매일 다락방에 있는 기도실로 올라가 쓴 것으로 정 권사는 "이런 슬픔은 하나님과 나 사이를 가리더라"며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돌아봤다. 소설이 설계도에 따라 이뤄지는 과학적인 작업이라면 묵상집은 다르다. "순전히 영감을 받아 쓴 것"이라는 표현대로 정 권사는 매일 이 작은 기도실에서 슬픔의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을 하며 하나님으로부터 듣는 것에 열중했다. 그리고 무언가 들릴 때마다 메모하기를 멈추지 않고 노트를 빼곡히 채웠다. '빈들로 가거라'의 표지를 다락방 기도실 사진으로 한 것도 이때문이다.
 
정 권사는 불혹의 나이인 마흔 즈음에 하나님을 만났다. 정확히는 1975년 세례를 받고 3년 뒤인 1978년 성령을 체험했다. "남들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기적도 많이 체험했었죠. 하지만 신앙에 있어서 불혹의 나이는 그냥 오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회의와 확신은 반복되는 것이지 한 번 확립된다고 평생 가는 것은 아니더군요."
 
   
소설가로서도 그는 세상의 수많은 고통을 짊어지고 산다. "수백, 수십만명이 죽고 있잖아요. 개인적인 고난은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다고 믿고 이해할 수 있지만 전쟁, 자연재해, 소아불치병 등 이해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해서 하나님은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어느덧 70대 후반에 들어선 그는 "인생의 기조가 '슬픔'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그 안에 아름다움이 있다. 고통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슬픔을 극복하지 못하면 헛사는 것"이라고도 했다.
 
제1부 고통에서부터 회개, 구원, 위로 등 4부로 구성된 묵상 기도집 중 '미안합니다'에서 정 권사는 세상의 고통 받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입맛에 맞는 맛있는 것 먹다 말고, 문득 누구인가에게 미안해집니다. 비단 이불에 다리 뻗고 눕다 말고, 문득 못된 짓하다가 들킨 듯이 미안해집니다. 다리가 불편하며 절뚝거리는 사람 옆을 바람처럼 빠른 걸음 걷기가 미안합니다. 싱싱한 깍두기 어석어석 씹다 말고, 의치를 한 형제들 생각에 미안해집니다.…"
 
현재 중편소설 '거기 너 있었는가(가제)'를 집필 중인 정 권사는 자신을 위로해준 것으로 '기도, 말씀, 노동, 글쓰기'를 꼽았다. 그루터기 교회와 구성원들은 의지처이자 기도의 울타리가 되어줬다고. 마지막으로 그는 C.S. 루이스가 "고통은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시는 메가폰"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나에게 있어 고통은 하나님을 찾는 렌즈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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