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지도를 위한 성서적 이해(상)

[ 교단 ] 평신도 정체성

박흥순교수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7월 06일(금) 13:54
평신도지도지침

평신도를 위한 신학은 때때로 신학 교육을 받지 않았거나 전문 사역자가 아닌 일반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삶에 관한 신학을 의미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평신도 지도를 위한 성서적 방향은 하나님의 백성과 그리스도인으로서 부름을 받은 평신도가 교회와 신앙공동체의 사역과 선교의 주체가 아니라 사역과 선교의 객체나 대상이 되었다는 비판적 성찰에서 출발한다.

한국교회에서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평신도 신학 운동은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의 가르침에 근거해서 평가되어야 한다. 평신도 지도를 위한 성서적 방향은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에 제시하는 평신도의 위치를 파악하는 동시에 교회와 신앙공동체 안에서 나타나고 있는 성직자와 평신도의 관계를 적절하게 정립하는 것이어야 한다.

평신도(layman,lay person,laity)라는 의미를 가진 신학적 전문용어를 구약성서와 신약성서 안에서 명확하게 제시할 수 없다. 교회와 신앙 공동체에서 흔히 사용되는 평신도라는 용어는 하나님의 백성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의 형태로 설명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다양성이 있는 동시에,평신도의 신학적 위치는 언제나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입증된다는 측면에서 통일성을 갖는다.

1.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정체성과 평신도 지도

평신도의 위치는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신학적 선언에서 출발한다. 피부색,인종,신분,성별,출신배경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특별한 존엄성을 지닌 존재라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모두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사람으로 똑같은 인권을 가진 존재로 평등하게 창조되었다고 선언할 때 평신도의 신학적 위치는 분명해진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피부색,인종,성별,출신배경과 상관없이 존중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성서적 조명은 평신도 지도를 위한 성서적 방향에 커다란 빛을 제시한다.
 
2.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과 평신도 지도

이스라엘 백성들과 초기 기독교 신앙공동체의 구성원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부르거나 불린다(출 19:5-6; 벧전 2:9-10). 구약성서에서는 하나님께 선택된 이스라엘 백성을 언급하고,신약성서에서는 그리스도인을 묘사하는 공통의 용어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이다. 평신도 지도를 위한 성서적 방향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정체성을 나타내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그들 스스로의 정체성을 표현한다는 측면에서 출발해야 한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은 인종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선민의식을 표현하는 용어가 아니라 오히려 계약 백성이 된 이스라엘 백성들의 독특한 사명을 나타내준다. 하나님의 사랑과 신실함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신앙공동체는 그들 스스로를 성찰하는 겸손함이 요구되는 동시에 하나님의 율법에서 제시하는 공의,사랑,평등의 가치를 실천하는 신앙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교회와 신앙공동체의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통해서 평신도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
 
3.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평신도 지도
 
초기 기독교 신앙공동체의 구성원이 그들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르며 새로운 정체성을 제시할 수 있었던 근본적 출발점은 인종적 경계를 넘어서는 사건에 근거한다. 이스라엘과 유대의 지역적,인종적,혈통적 한계를 넘어서 다양한 지역,인종,혈통,출신배경을 가진 이방인이 이방인 기독교 공동체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민족적,혈통적,지역적 경계에 머물러 있었던 이스라엘의 신앙공동체가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하나님의 백성,새로운 이스라엘,새로운 신앙공동체가 형성되었다.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는 대안적 정체성을 가질 수 있었던 사람들은 인종적 다름도,신분적 차이도,성별의 구분도 필요가 없었다(갈 3:28). 새로운 백성이 된 초기 신앙공동체는 누구나 예외 없이 다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었다. 평신도 지도를 위한 성서적 방향은 인종의 차이나,신분의 높고 낮음,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배타적 차별이나 편견의 폭력을 극복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는 대안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박흥순교수
호남신학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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