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남아 있는 것은 오직 희망

[ 말씀&MOVIE ] 프로메테우스

최성수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6월 29일(금) 14:05

말씀&MOVIE

프로메테우스(리들리 스콧 감독,SF,청소년관람불가,2012)
 
불후의 SF 명작 '블레이드 러너'와 '에이리언'에 이어 리들리 스콧 감독의 SF 화제작 '프로메테우스'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회자하고 있듯이 단순히 '에이리언'의 프리퀄이라고 볼 수 없는 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 게다가 어떤 면에서는,예컨대 피조물과 창조주의 관계와 관련해서는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하게도 한다. 그러나 필자의 이해에 따르면,제목 자체가 암시하고 있듯이,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의 전설을 영화적으로 성찰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 영화는 전설을 단순하게 재현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고 SF 상상력을 통해 각색하였고,이를 통해 인류의 현재와 미래와 관련해 경고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 영화가 추구하는 중심 화두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인류의 기원이며,다른 하나는 인류의 멸망이다. 아마도 2012년 지구 종말론이 떠도는 현실에서 인류의 멸망 자체에 대해 회의를 품은 스콧 감독이 시대의 고민을 공감하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비판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정은 이렇다. 인류의 운명은 지구의 운명과 함께하기에,지구 종말론은 인류의 멸망을 의미한다. 만일 진화론에 근거한다면,인류의 운명에 대한 질문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는다. 멸망하게 되는 요인만이 중요할 뿐이다. 그러나 기원과 관련해서 창조론 혹은 지적 설계론 같이 초월적인 힘의 개입을 생각할 경우엔 사정이 달라진다. 멸망을 생각할 때마다 창조의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예컨대, 멸망할 운명이라면 도대체 왜 만든 것일까? 그리고 창조의 이유에 멸망이 포함되지 않았다면,멸망을 초래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멸망의 과정에서 창조주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멸망의 위기의식이 팽배한 순간에 인간은 무엇을 소망할 수 있는가?
 
이것은 리들리 스콧 감독이 '프로메테우스'를 구상하면서 가졌을 것 같은 질문이다. 왜냐하면 영화는 바로 이 질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고,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노력으로 탐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영화는 진화가 아니라 창조 혹은 지적 설계를 전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류의 기원과 관련해서 영화는 단지 만들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거나 혹 필요했기 때문에 만들었다는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부정한다. '외계인','엔지니어' 운운하는 것으로 보아 영화의 이야기는 성경적인 창조론보다는 지적 설계론에 기울어져 있다. 그런데 영화는 엔지니어로 여겨지는 세 명의 존재가 우주를 만드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홀로그램으로 볼 수 있었던 장면인데, 한 명이 피리를 불자 우주가 생성되었고,나머지 두 명은 이 과정에서 협력하는 듯이 보였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기독교 신학에서 말하는 삼위의 하나님을 염두에 둔 것일까?
 
다른 한 편으로 엔지니어들은 지구로 운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엄청난 양의 살상무기를 준비해놓았다.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그것은 무엇 때문일까? 인류에게 어떤 하자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엔지니어들을 분노하게 하는 어떤 행동을 했던 것일까? 바로 이런 문제의식을 관객에게 불러일으키며 영화의 스토리는 전개된다.
 
엄밀히 말해서 영화는 인류의 기원을 화두로 삼고 있지만,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이며 형식적인 구조일 뿐이다. 왜냐하면 엔지니어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인간이 그들로부터 유래되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의외로 너무 쉽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 모두는 사망한 상태다. 필요에 의해서 혹은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배제되었다. 만일 인류의 기원이 본질적인 질문이라면 이렇게 빠른 대답을 얻도록 할 이유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일이 이렇게 전개됨으로써 앞서 제기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을 길이 막히게 된다. 쇼 박사는 그들이 비록 인류의 기원인 엔지니어들이라고 하더라도 그들 역시 하나의 피조물로서 최초의 창조자로서 스스로는 창조되지 않은 존재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다. 그녀의 확신은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영화의 또 다른 화두이자 핵심은 인류의 멸망과 관련된 문제의식과 메시지다. 즉,엔지니어들은 죽기 전에 인류를 살상할 무기를 제작하고,그것을 가지고 지구로 향하려고 계획을 했었다. 지구는 멸망 직전에 있었던 것인데,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왜 인류를 멸망할 계획을 가진 것일까? 이것은 영화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질문이었고,또한 대답을 얻을 만한 단서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스콧 감독은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소문이 지구촌 곳곳에서 회자하고 있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고,자기 나름대로 그 원인을 숙고하는 가운데,인간에게서 원인을 발견하고자 했고,또한 멸망될 위기 상황에서 인간이 희망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성찰하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인류멸망 보고서'와 '희망의 이유에 대한 보고서'로 이해될 수 있다.


최성수목사 / 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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