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오피아 기독교 유적지를 순례하고

[ 기고 ] 독자투고

안광덕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6월 27일(수) 13:35
제주도에서 목회를 시작한 지가 얼마 전 같은데 벌써 안식년 휴가를 얻었다. 그동안 '예수기도'와 정교회 영성의 전통을 쫓아 그리스의 아토스 수도원을 찾았고,사막교부들의 영성을 찾아 이집트 사막 수도원을 찾았는데,이번에는 시바여왕과 솔로몬의 전승을 쫓아 에디오피아로 향하였다.
 
에디오피아는 6ㆍ25 참전국가로서 국토가 한반도보다 4배나 크고, 인구는 8천만명정도며, 이 인구의 약 40%인 3천2백만이 정교회교인이다. 기독교 역사와 문화 전통이 3천년이 되어 이스라엘 다음으로 기독교 유산과 문화 유적이 많은 나라다. 하지만 그곳에 가보니,아직도 고무신도 신지 못한 채 맨발로 다니는 백성이 수천만명 되는 세계최빈국이다. 필자는 이 중 기독교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4개 도시를 찾아 순례길에 올랐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깊은 도시는 '악숨'이었다. 에디오피아 기독교의 발원지로서 사도행전 8장에 등장하는 구스 내시가 바로 악숨 출신이라 하며,열왕기상 10장에서 솔로몬과 만난 시바 여왕의 궁궐과 유적이 있는 도시다. 이곳의 전승에 따르면,시바여왕이 솔로몬의 지혜를 시험하고 예루살렘에서 돌아온 후 솔로몬의 아들을 낳았다고 한다. 이 아들이 20세가 되어 다시 예루살렘을 방문 후, 예루살렘 성전에서 법궤를 가져왔다고 오늘날 에디오피아 백성들은 믿고 있다. 이 법궤가 악숨에 있는 성 마리아교회에 있으며 이것은 전설이 아니고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악숨교회의 주일예배는 주일 아침 6시부터 9시까지 부활의 아침을 기념하여,해뜨는 시간에 온 도시 주민들이 모두 흰 옷을 입고 드린다. 교회 주변 울타리와 낮은 숲속에 서서 예배순서에 따라 찬송하고,말씀 교송을 하고,기도하였다. 일부 신자는 계단과 울타리와 교회 담벽과 자갈 밭에 입을 맞추며 머리를 조아리고 기도하고 예배하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예배에 대한 진심과 열정이 느껴져 떨리는 감동을 멈출 수 없었다. 
 
'곤다르'는 중부에 있는 고대 왕궁 수도로서,영화 '반지의 제왕'에 무대로 나오는 유럽식 고성(古城)이 있다. 이곳에서 율리우스력 1월 19일마다 '팀카트'라는 큰 명절을 지키는데,이 날은 각 교회마다 안치하고 있는 법궤모형을 외부에 공개하고 기념하는 날이다. 이곳에 흑인 유대인 '팔라샤'들의 집성촌이 있다. 이들은 시바여왕과 솔로몬의 후예들로서 지금도 구약 율법서에 있는 유대교의 의식과 생활 법규를 고스란히 지키고 있다. 오히려 이스라엘 유대인들이 이들 펠랴사 유대인에게서 변하지 않은 유대교 원형을 찾기도 한다.
 
'랄리벨라'는 에디오피아 성도들이 예루살렘을 대신하여 '거룩한 도시'라 하여 성지순례하는 곳이다. 해발 2천5백미터의 고산지대로 바위가 많은 지역인 이곳은,이슬람의 공격에 대응하여 민족과 기독교를 지키기 위하여 수도로 정해졌으며,랄리벨라왕이 꿈에서 계시를 받고,4층높이까지 이르는 11개의 교회들을 직접 바위를 깨고 깍아서 이곳에 교회를 지었다고 전한다. 이 교회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바하르다르'는 타나 호수가 있는 도시다. 타나호수 안에는 20개의 수도원이 있다. 그 중 케브란 가브리엘 수도원이 유명하며. 이곳들은 12세기 이후의 기독교 유산과 유물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현재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가까이 위치한 데브라 리바노스 수도원은 축일이 되면 수도원 창시자인 테클 하이마노트의 32년의 기도 능력을 받고 병을 치료 받고자 베데스다 연못가처럼 수천명이 모여든다.
 
에디오피아 기독교는 자갈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다.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교통과 통신이 어려워 외부와 교류할 수 없었기에 오히려 원형을 간직할 수 있었다. 이들은 변하는 시대 가운데서도 변하지 않는 원초적인 순수신앙을 가지고 초대교회의 본 모습을 지켜내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 기독교가 돌아보아야 할 초대교회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그동안 감추인 채로 전해내려 온 에디오피아 기독교의 가르침이 아닌가 싶다.


안광덕 목사/성산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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