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한 신앙생활과 일사각오의 신앙 <저 높은 곳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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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수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6월 27일(수) 11:02
임원식, 드라마, 청소년 관람불가, 1977

임원식 감독이 1977년도에 제작한 영화 '저 높은 곳을 향하여'의 원작은 성남제일교회 박용규 목사가 68년에 펴낸 동명의 책으로 김지헌이 각색하였다. 신영균,고은아를 비롯하여 당시의 스타들이 총출동하였는데,선교기금을 위해 출연진 대부분이 무료로 출연해 화제가 되었던 영화다. 현대 사회에서 요구되고 있는 재능 기부의 선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내용은 신사참배를 반대하다가 7년간의 옥고를 치르고 순교한 주기철 목사의 신앙심과 애국심을 다루고 있다. 일본의 강압에 대한 저항을 다룬 것이어서 비록 당시의 정권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음에도 영화의 내용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유신정권의 검열로 빛을 보지 못하다가 1981년에 비로소 개봉되었다. CBS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임원식 감독의 말에 따르면,공식적으로는 35만의 관객을 동원했다 한다. 그밖에 교회를 순회하며 상영된 것을 포함하면 그 이상이 될 것이다. 당시 영화관이 부흥회를 방불할 정도였다고 하는데, 기독교 영화의 가능성을 분명하게 보여준 영화였다.
 
평양의 산정현 교회에 부임한 주기철 목사의 신사참배 거부는 종교의식이 아닌 국가의례의 하나로 문화행사로 보았던 당시의 교계지도자와 마찰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일본 순사들을 자극하였다. 게다가 직접적으로는 신사에 맞서서 산정현 교회를 더욱 크게 지었지만,그것은 간접적인 방식의 애국행위이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주기철 목사는 박해를 받기 시작하는데,영화는 신사참배 거부로 주기철 목사가 독극물 주사로 순교하기까지의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영화는 몇 가지 점에서 기독교 영화의 전형이 될만한 점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신사참배를 둘러싼 갈등을 재현하고 있다. 이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깊은 반성을 요구하는데,무엇보다 문화와 신앙의 관계이다. 당시의 신사참배와 관련된 교계의 갈등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신앙생활을 평안하게 하기 위해 일본의 요구를 수용하는 교계 인사들의 입장과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거부하는 주기철 목사의 입장 사이에는 단순히 신사참배 찬성과 거부의 논리를 벗어나 당대의 지배적인 문화와 신앙의 관계를 묻게 한다. 문화는 삶의 가능성이고 표현이기 때문에 문화를 거부하는 것은 불편하고 힘든 삶을 예고한다. 이 모든 것을 예상하고 있었고 심지어 노회로부터 파면당하기까지 철저히 외면당한 주기철 목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고난의 길을 택한다. 둘째는 주기철 목사의 고난의 현실을 재현해주고 있다. 고난이란 주님의 뜻에 순종함으로 당하는 아픔과 고통을 말한다. 노모와 아내 그리고 세 자녀를 둔 주기철 목사는 가족을 부양해야 할 의무를 분명히 의식하고 있었고 또 교회의 성도들을 위한 목회적인 사명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주님의 뜻이 왜곡되고 또 거부되는 상황에서 자신이 가야할 길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고,이것이 그의 순교로 이어지게 한 원인이었다. 현실과 결코 타협하지 않는 일사각오의 신앙이 고난의 삶을 살도록 한 것이다. 셋째,복음의 진정한 영향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주기철 목사의 신행일치의 삶은 그를 모욕했던 감옥의 죄수들과 자신을 고문했던 순사까지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고난에 대한 소문은 전국으로 퍼져 신사참배 거부에 대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신사참배를 문화행사로 여기면서 신앙생활을 평안히 유지하려 했던 당시의 교계 인사들은 오히려 부끄러움을 당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주기철 목사의 순교를 다룬 영화가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단연코 평안한 신앙생활과 일사각오의 신앙의 문제다. 카일 아이들먼(Kyle Idleman)은 'Not a Fan'(두란노, 2012)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제자와 팬(fan)을 구분한다. 그에 따르면,팬은 대상에 대한 지식은 풍성하지만 인격적인 사귐이 없다. 팬은 대상을 향한 선망과 환호는 있어도 헌신은 없다. 그래서 팬은 제자가 아니고,제자는 팬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의 논지에 따르면,예수로 인해 평안한 신앙생활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제자가 아니라 팬이다. 주님을 위해 나와 내게 있는 소유를 내려놓지 못하면 그것은 팬이지 제자가 아니다. 팬은 적당주의를 추구한다. 적당한 방식으로 주님을 섬기고 적당한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러나 제자는 헌신하고 희생한다. 일사각오의 뜻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전력질주 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누가 팬이고 누가 제자인가? 오늘 우리들을 향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주기철 목사의 순교 이야기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주저하는 현대인에게 명쾌한 오리엔테이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성수목사 / 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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