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키핑(gatekeeping)

[ 데스크창 ] 데스크창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2년 06월 20일(수) 15:56
'게이트키핑(gatekeeping)'은 뉴스의 취사선택이라는 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설명하는데 적합한 표현입니다. 게이트키핑이란 '문지기 효과'로서, 뉴스의 전달 체계에 있어서 특정 단계에 그 뉴스의 선택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죠. 그 기능을 수행하는 사람이 '문지기(gatekeeper)'입니다. 신문 같으면 편집국장을 비롯한 부서의 데스크가 그 역할을 감당하게 되는 것이죠.
 
지구 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현상이 빠짐없이 독자나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닙니다. 뉴스를 보도하는 일은 덜 중요한 것을 버려야 하는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뉴스가 유용한 것인지, 새로운 것인지, 관심이 높은 것인지, 사실에 부합하는 것인지, 자사의 편집 방침에 맞는 것인지 등을 따져서 그 뉴스의 보도 여부를 결정합니다.
 
엄밀하게 말해서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언론, 즉 공정하고 객관적인 뉴스를 다루는 미디어는 불가능한 셈입니다. 게이트키핑이 있는 한 일정 부분 편향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처럼 '4대강'이나 '촛불'이나 '쇠고기' 등의 이슈에서 극명하게 자기 색깔을 지닌 보수와 진보 언론이 그 예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잠재적으로 뉴스가 될 수 있는 정보는 무한하지만 신문과 방송에 실릴 수 있는 것은, 한정돼 있습니다. 이들 중 지극히 일부 만이 게이트키퍼가 지키는 관문을 통과해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기사로 전달되는 것이죠.
 
독자가 의식하든 못하든 신문에 실린 기사는 여러 단계의 게이트키핑을 지나면서 취사선택되고 수정 보완된 편집의 결정체입니다. 밤 새 또는 한 주간 일어난 일을 중요한 순서대로 정리하는 객관적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해당 언론이 다양한 단계의 판단을 거치면서 걸러낸 사실에 대한 해석 성격이 강합니다. 그래서 뉴스의 가치가 정해지고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기사와 단신의 등급이 정해지게 됩니다.
 
이와 달리 인터넷 신문들은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마감 시간이 따로 없고 지면의 제약이 없는데다가 지속적으로 속보를 업데이트해야 하기에 인터넷 신문은 처리해야할 기사가 많습니다. 끊임 없이 기사를 처리해야 합니다. 원칙대로 한다면 편집과 데스킹 업무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넷 언론은 매체 특성상 독자와의 소통,'열린 편집국' 개념으로 시민기자를 양성합니다. 그런데 소위 시민기자가 만들어내는 기사에는 옥석(玉石)이 있습니다.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이 섞여있고 기사 작성에 있어 주관과 객관이 교차하기도 합니다. 이를 보도에 적합한 수준으로 수정 보완하는 작업은 전문기자들의 기사를 데스킹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이처럼 인터넷 신문에서는 게이트키핑해야할 기사의 양은 많고 완성도는 낮아,자연스럽게 게이트키핑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로 인해 인터넷 언론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합니다. 소위 '~카더라' 통신을 특종의식에 사로잡혀 게이트키핑없이 그대로 기사화하는 경우입니다. 물론 신문에서도 오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럴 경우 여러 단계의 게이트키핑 시스템을 통해 의심가는 부분에 대한 거듭된 확인 작업이 이뤄지면서 기사가 수정 보완되는 것이 종이 신문의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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