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멤버케어 왜 필요한가?

[ 선교 ] 선교사 케어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2년 06월 20일(수) 10:38
현재 한국교회는 전 세계 1백69개국에 2만 명이 넘는 선교사들을 파송하고 있다. 파송 선교사의 규모만 놓고 보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선교대국인 셈이다. 하지만 선교 전문가들은 한국교회의 선교가 위기라는 의견을 조심스레 꺼내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파송에만 열중해 온 한국교회가 이렇게 많은 수의 선교사들을 효과적으로 후원하고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크고 선교지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선교사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선교지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선교계를 둘러싼 현실이 날로 척박해지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선교계는 지난 해 열린 11회 한국선교지도자포럼에서 2030년까지 10만명의 장기 선교사를 파송하는 것으로 골자로 하는 '타겟 2030' 운동과 1백만명의 자비량 선교사를 파송하자는 운동인 'MT 2030'을 하나로 통합해 '타겟 2030 비전'으로 재선포했다. 이는 결국 2030년까지는 양적인 성장에 집중한다는 의견을 종합한 것으로 각 교단의 선교부와 각 선교단체들이 일제히 선교사 파송에 치중할 것이란 전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양적인 성장을 도외시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이와 함께 현장에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들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통합적으로 돌볼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한국교회의 선교는 파송에만 집중하는 기형적인 구조로 고착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다방면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들어 선교계에서 '멤버 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교사 멤버 케어는 선교사 훈련과 파송, 선교후원, 안식년, 선교사 자녀에 대한 관심, 선교지 이양, 은퇴 등 선교사들의 전 생애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성경번역선교회의 로라 매 가드너선교사는 "좋은 멤버케어가 갖는 커다란 유익 가운데 하나는 바로 선교사의 중도탈락을 줄일 수 있다"면서, 선교의 지속성을 위해는 필수조건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교회는 이미 30년 전부터 선교사 멤버 케어에 관심을 가져왔다. 당시 미국 선교계에서는 '정신건강과 선교'를 주제로 한 소그룹 모임이 시작됐는데 이 모임에서 선교사 케어에 대한 용어와 이론적 근거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 초반부터 서구권을 중심으로 선교사 멤버 케어를 위한 기관들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선교사들을 관리하고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요구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엄은정선교사(하트트림 공동대표)와 최형근교수(서울신대 선교학)는 공동집필한 '선교 시스템 구축:선교사 멤버케어' 제하의 논문을 통해 한국교회가 선교사들에게 '희생'과 '기적'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교회들은 선교사들의 안전과 평안 등을 위해 기도를 하면서도, 의식 속에는 고귀한 희생과 복음의 결실을 기적적으로 만들어 낼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부터 선교사들은 영적, 심리적 압박과 고충을 겪게 되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현 상태를 교회나 파송기관(선교부) 등에 솔직히 털어 놓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만다. 실제로 최근 본교단 소속 선교사들 중 안식년 기간에 있는 선교사들을 대상으로한 재교육 세미나에서 모든 참석자들이 "안식년 중에 정신과 치료를 받을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할 정도였다.
 
특히 대부분의 선교지가 낙후된 저개발국가들이고 최근 들어 지진과 쓰나미 등 대규모의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있다보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도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위기관리재단이 열었던 '위기 디브리핑 세미나'에서 미국 남침례교선교부(IMB) 위기관리 담당인 칩 라이트선교사는 "지진과 쓰나미, 질병과 각종 사고, 내전과 전쟁 등이 복음을 가로막고 있고 이슬람권과 공간권 국가에서는 선교, 또는 선교사라는 말 자체가 위험한 단어가 됐다"면서, "그만큼 선교사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충격을 회복할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이 있어야 지속적인 선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교사와 단체, 후원교회들은 선교사역이 위험을 동반한다는 점을 늘 이해해야 한다"면서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선교사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복음 확장의 과업을 수행함에 있어 결코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며, 선교계 전반에 걸친 의식의 전환을 요구한 바 있다. 선교사 멤버 케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이처럼 산재해 있으며, 보다 건강한 선교를 위해 바로 지금 시작해야 하는 당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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