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시아버지 별세 후 시어머니께서 너무 우울해 하셔요.

[ 상담Q&A ] 상담Q&A

안명숙교수
2012년 06월 19일(화) 14:29

   
Q. 저희 시아버님께서 1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그 후 시어머니께서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계십니다. 시아버님 살아생전에는 항상 싸우시고 구박을 하셨는데 막상 돌아가시고 나니 무척 허전해하시고 죽고 싶다고 하셔서 병원에서 우울증 약을 처방해 드시고 계십니다. 살아계실 때 좀 더 잘 해드릴 걸,한 번 손이라도 잡아드릴 걸하는 후회의 말씀도 종종 하십니다. 점점 약해지시는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A. 가족이나 중요한 사람을 상실하는 경우 경험하는 슬픔에는 두 가지의 형태가 있습니다. 첫 번째 형태는 '정상적인 슬픔'입니다. 정상적인 슬픔의 징후는 분노,죄책감,불안,외로움,안도,해방감 등 정서적인 측면과,위장의 공복감,가슴압박,과민,입마름,수면장애 등 신체적 측면 그리고 불신,혼란,고인을 상기시키는 것을 회피 등 관계적 측면으로 나타납니다. 정상적인 슬픔 즉 애도의 과정은 이러한 고통스런 느낌들을 경험하고 표현하다가 서서히 상실을 용납하고 자신의 생을 새로운 상황에 적응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두 번째 형태의 슬픔은 '병적인 슬픔'입니다. 병적인 슬픔의 경우 10여 년이 지나도 매순간 그리워하는 만성적 슬픔에 잠겨 있거나,무의미함에 유령처럼 살아가거나,죽지 않은 남아 있는 가족을 처벌하면서 살아가게 되는 것인데,고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의존적이고 애증적일수록 병적인 슬픔에 빠져들게 됩니다. 강렬한 애증의 감정으로 자신을 묶어둔 대상을 상실했을 때는 자신마저 함께 잃어버리는 자존감의 상실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위의 사례의 시어머니 역시 강렬한 증오 감정으로 자신과 연결되어 있던 남편이 사라짐과 동시에 자신의 존재 역시 사라져 버린듯한 공허감 속에서 우울해하며 살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계시는 경우입니다. 이처럼 병적인 슬픔 상태에 계신 시어머니를 정상적인 슬픔의 궤도로 이끌기 위해서 첫째,시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비난없이 그저 따뜻하게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병적인 슬픔에 빠진 자를 혼자 두어서는 안 되며 옆에서 위로해주고 이야기하기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격려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둘째,함께 고인에 대한 추억여행을 해야 합니다. 고인과의 추억들을 이야기하면서 비로소 정상적인 슬픔인 '애도'가 시작됩니다. 이야기를 중단시키거나 충고하는 등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추억 이야기 속에 있는 분노,죄책감,무력감,해방,아쉬움,공포감 등의 다양한 감정들이 표현되도록 격려하면서 들어주는데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셋째,고인과의 관계에서 미해결되어 충족되지 못한 아쉬움들이 있다면 표현하고 완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번 손이라도 잡아줄 걸'하고 후회하신다면 상상 속에서 손을 잡아본다든지,두 손을 맞잡은 그림을 그려보거나 사진을 오려 붙일 수도 있습니다.
 
넷째,신앙을 통해서 상실을 초월한 평안을 얻고 '안녕히 가시오'라는 말을 하며 다시 만날 소망을 갖도록 격려합니다. 유족은 귀 기울여 들어주는 따뜻한 사람과 더불어 고인에 대한 추억여행을 하면서,상실한 이가 퇴장한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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