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 동인시단
함국환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6월 19일(화) 09:43
비린내가 나는 젖꼭지 같은
줄기 옆에 돋는 꽃 몽우리를 떼어 낼 때
해바라기는 천사처럼 웃고 있었다
얼굴이 점차 커지고 있었다
먼저 핀 꽃 하나만을 위해
연둣빛 새순들은 사라져야 했다
웃음이 가득 찬 그 얼굴에는
죽임을 당한 새순들의 눈망울이
총총히 박혀 있다
태양은 눈물에 젖을 새 없이
포근히 저들을 감싸 주고
그들은 통통한 살들을 뽐내며
거룩한 씨앗으로 부활한다
잎사귀 아래 그늘에서는
새순들이 시들고 있다
저 꽃은 땅에서 나는 울음소리를
듣고 있을까
하늘을 보며, 하늘을 보며
살았던 날들을 잊어버리고
빛을 따라가며 웃음 짓는,
그늘진 바닷가에
등대 하나 서 있다.
함국환 / 주안장로교회ㆍ기독신춘문예 제10회 시 가작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