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머 총장과의 첫 만남

[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이연옥명예회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6월 12일(화) 17:02

드디어 오랫동안 그렇게 간절히 바라고 소망하며 준비해 온 미국 유학을 떠났다. 미국의 리치먼드 공항에 도착하던 날 난생 처음으로 미국 땅에 발을 디디는 흥분을 가라 앉히려고 마음을 다잡고 있는 동안 비행기가 착륙했다. 공항에서 학교까지는 꽤 먼 거리여서 누가 이곳까지 마중 나오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이 점을 익히 잘 아는 대학 행정 담당자는 내가 한국을 떠나기 전에 편지로 자세히 공항에서 학교로 오는 방법을 안내해 주었다. 택시를 타고 오라는 것이었다. 그 편지 글대로 나는 공항에서 택시를 탔다. 거기에서 학교 기숙사까지는 편지에 적힌 대로 꽤 먼 거리였다. 지금도 택시비를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정말 먼 거리였는데 택시비로 20달러를 지불했다.
 
내가 처음 대면한 캠퍼스는 참 아름답고 쾌적한 정원이었다. 큰 길을 가운데 놓고 한쪽에는 유니온 장로교신학교가 있고 또 한쪽에는 기독교교육대학원이 있었다. 방학이어서 그런지 그 아름다운 곳에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았고 따사로운 햇살이 캠퍼스를 감쌌다. 기숙사 앞에 도착하니 허름한 노신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이 학교의 행정실에서 받은 편지 글에서 읽은 대로 아마도 나를 안내해 줄 학교 직원인가 보다 짐작했다. 그런데 그 편지에는 나를 기다리는 어른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또 어떤 신분인지 소개되어 있지 않았다. 그 신사가 나에게 손을 내밀며 말을 건냈다. "당신이 한국서 온 이연옥인가요?" 나는 "그렇다" 대답하며 허리 숙여 인사했다. 나는 커다란 여행 가방 2개를 끌고 기숙사 현관에 도착했는데 그 신사는 내 무거운 유학 가방을 덥석 받아들고서 기숙사 3층에 배정된 내 방까지 옮겨다 주셨다.
 
그 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면서 나는 한 가지를 여쭈었다. "총장 크레이머 박사님이 캠퍼스 근처에 사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혹시 그분 댁이 어디인지 안내해 주실 수 있나요?" 그러자 그분이 "크레이머 씨에게 꼭 인사하고 싶은가요?"라고 물었다. 나는 "꼭 인사드려야 한다"고 대답했더니 그분이 "내가 바로 크레이머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뒤로 넘어질 뻔 했다. 정신을 차리면서 그분에게 드릴 선물을 생각해 냈다. 내가 한국을 떠나기 직전에 미국에서 몇몇 분에게 드릴 선물을 준비했다. 학교 행정담당 책임자와 총장께 드릴 선물은 인삼으로 준비했다. 그래서 나는 얼른 가방에서 인삼을 꺼내 들고서 서툰 영어로 처음 만나는 크레이머 총장님께 정식으로 인사드리고자 말문을 열었다. 나의 인사를 받은 크레이머는 "당신을 위해 식사를 준비해 두었으니 우리 집으로 갑시다"라며 나를 데리고 집으로 가셨다.
 
이렇게 해서 나는 미국에서 첫 식사를 크레이머 총장의 초청으로 그분 댁에서 했다. 총장님과 사모님의 친절한 환대, 사모님이 정성을 들여 만든 맛있는 음식은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는 기독교육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했다. 지금 내가 기억하기론, 전체 교과과정이 이론과 실천 그리고 강의실 수업과 현장실습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구성되었다. 이 가운데서 "레이크레이션 지도"라는 1학점짜리 과목이 있었다. 이름 그대로 이 과목에서는 레크레이션 지도자를 위한 실습을 많이 했다. 음악적 감각과 춤사위의 리듬을 배우고 익히며, 학생들이 몇 팀으로 나뉘어 함께 뛰고 춤추며 유쾌하게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그런데 나는 거기에 전혀 적응하지 못했다. 그런 방식의 수업이 너무 낯설었기에 매 시간 어색했고 수업내용 또한 나에게는 문화적 충격이었다. 미국에 갓 도착한 내가 미국식 음악과 춤을 따라 하려다 보니 몸이 뻣뻣하게 얼어붙는 듯했다. 그래서 그 수업시간이 돌아오면 무척 긴장되고 교실에 들어가기가 싫어졌다. 그런 나를 지도 교수님은 열정적으로 가르치려 했다. 교수님이 내 손을 잡고서 자기를 따라하도록 인도하셨고 아무리 지도해도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하는 나를 위해 특별과외 지도까지 하셨다. 한 학기 내내 나는 그 1학점 수업 때문에 진땀 흘리는 고생을 했다. 또 다른 수업인 "현장실습"이란 과목도 내 기억에 크게 남아 있다. 이 수업은 미국 장로교회 총회가 교단의 목회자 후보생을 훈련시키는 과목이었다. 총회 본부의 사무총장(총무)을 비롯해 여러 실무진이 강사로 왔고 또 여전도회 총무도 강의하러 왔는데 이분들이 교단의 신학에 관하여 강의했고 또 학생들을 데리고 목회현장으로 직접 찾아가서 실습을 시켰다. 이 수업은 한 학기 내내 진행되지 않았고 약 두 주간 정도 집중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러고 나서 학기만 보고서를 제출하게 했다. 매우 실제적인 수업이어서 한국 유학생인 나는 미국의 장로교회를 몸으로 직접 알게 된 좋은 기회였다.

 
이연옥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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