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기독교 사회복지 서적에는 무슨 내용이?

[ Book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2년 06월 12일(화) 16:52

시대 앞서간 기독교 복지, 현세대에 시사하는 바 커
곽안련선교사의 1932년도 저서 '교회사회사업' 재발간

 
지난달 우리나라 최초의 기독교 사회복지 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곽안련선교사(Dr. Charles Allen Clark)의 1932년도 저서 '교회사회사업'이 80년만에 재출간됐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대표회장:김삼환)에 의해 재출간된 '교회사회사업'은 최근 정치권에서 대선을 앞두고 복지국가 담론을 형성하고, 교회의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에서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하겠다.
 
곽안련선교사의 '교회사회사업'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과 사회적 이슈들에 초기 한국교회가 어떻게 응답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매우 값진 사료가 되고 있다.
 
곽안련선교사는 1878년 미국 미네소타 주 태생으로 1902년 한국으로 선교를 온 이후 1908년부터 1939년까지 장로회신학교 교수로 31년간 재직했고 승동목사의 담임목사로 목회활동을 하기도 했다. 곽안련선교사는 장신대에서 설교학을 시작으로 목회신학, 교회정치와 권징, 어린이교육, 청년사역, 사회봉사, 개인봉사, 기독교심리학 등 교수 과목이 늘어나면서 강의 내용을 책으로 집필하는데 큰 공을 들였다. '교회사회사업'도 그가 사회봉사에 관한 교과과목을 가르쳤음으로 그 연장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책의 존재를 한국교회희망봉사단 김종생사무총장에게 알리면서 재출간되는데 산파역할을 한 이승열박사(사회봉사부 총무)는 "1932년에 조선예수교서회를 통하여 출판된 '교회사회사업'은 한국교회 역사상 교회의 사회봉사(디아코니아)를 교회의 사회적인 책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집필된 최초의 디아코니아 신학서적이라 할 수 있다"며 "(오늘날) 신학교에서 사회봉사신학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한 상황을 비교해 보면 당시의 신학교육에서 사회봉사를 사회사업적 차원에서 다루고 있음이 얼마나 앞서갔는지를 증명해주는 것"이라며 그 의의를 조명했다.
 
그러면 80년 전 저술된 '교회사회사업'에는 어떠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을까?
 
가장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이 책에서의 첫번째 본문의 내용이 '민중의 경제생활에 대한 교회의 책임'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다.
 
책에서는 "만일 각 개인의 경제에 어려움이 없다면 자신에게 좋을 뿐 아니라 일반민중의 생활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게 되어 교회도 견고할 수 있게 되고 따라서 교회 사업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사치는 고사하고 연명할 양식조차 얻을 수 없는 빈곤한 교우들이 많은데 어떻게 견고하고 자립하는 교회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라며 교회가 일반 민중들의 경제적인 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그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목회자가 경제문제에 참여함에 있어서는 '예배우선'이라는 본연의 직을 잊지 않는 전제 하에 교인들의 경제문제에 도움을 주고 계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곽 선교사는 책에서 당시 유망직종이었던 건축업, 전기업, 철공, 기관수, 운전수, 과학농업, 인쇄, 출판 등의 업종을 소개하기도 하고 토지를 함부로 팔지 말 것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이 책에서 저자는 그 당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로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도와주고 섬겨야 할 책임의 대상과 영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민중의 경제생활, 자선사업, 고아와 양로원의 노인, 난치병 환자, 한센병환자, 장애인, 정신병자, 죄수, 매춘업 종사자, 금주와 금연, 동물학대, 오락 등이 바로 그것이다.
 
불쌍한 사람들의 구제를 위해서는 문제를 유형별로 도움을 주는 방법을 달리할 것과 가급적이면 당사자 자립을 목적으로 할 것을 말하고 있다. 또한 노인이나 정신질환, 시각장애인 등의 경우 주변의 가족과 친척이 돌보도록 권면하기도 하고, 이재민과 빈민굴 등의 경우는 이웃기관과의 협력과 정보 공유 등의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특히 80여 년 전 동물학대에 관해서까지 관심과 책임의 영역으로 둔 것은 그의 사상이 얼마나 시대에 앞선 것인가를 증명해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의 사회복지학적 관점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점도 없지는 않다. "음주나 도박, 게으름으로 그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은 굶게 두는 것이 은혜가 될 것"이라는 대목이라든지, 상습적으로 구걸하는 걸인의 경우는 결코 돈을 주어서는 안되며, 사회의 해악이며, 큰 도적으로 보는 시각이 바로 그것. 또한, 매춘업 종사자의 경우 성병에 대한 진찰을 폐지해 사람들이 병을 두려워하게 함으로 매매 사례를 줄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교회사회사업'의 현대어 감수를 한 전 월드비전 회장 박종삼목사(글로벌사회봉사연구소)는 "곽안련선교사의 '교회사회사업'은 사회사업 비 전공인이었던 평양장로회신학교 학생들의 교재로서 한국에서 최초로 집필되어 정규 과목으로 가르친 과목"이라며 "미국이나 한국의 정규 사회복지대학이나 신학교 교육에서 교회사회사업이라는 과목을 채택하기 50~60년 전 곽안련선교사가 이 책을 집필했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운 일이며, 세계 사회사업 교육 역사에서 선두주자의 역할 수행 가능성에 대하여 계속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 책의 발간을 통해 한국 근대사에 있어 한국교회의 역할과 기여가 다시 한번 조명되고, 현재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에도 더욱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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