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영혼 변화시키는 연주로 한-일 화해 꿈꾼다

[ 문화 ] 日 피아니스트 히데오 고보리 내한…피아노 통해 하나님 사랑 고백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6월 08일(금) 16:12

   

'피아노 독주곡 중에서 어느 정도가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해 작곡됐을까?'
 
온화한 미소가 매력적인 피아니스트는 생각했다. '내가 한 번 만들어보자.' 한국을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히데오 고보리(Hideo Kobori, 교토한인교회 집사)씨의 고백이다. 그렇게 피아노 독주곡을 작곡하기 시작한 것이 어느새 4장의 음반이 됐다. 그의 음악은 한국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중구 예장동 문학의집에서 열린 수요공감무대에서 한국 관객들을 만난 히데오 고보리씨는 쇼팽의 야상곡,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 등 기라성같은 연주곡들을 선보인 뒤 자신이 직접 만든 곡 'How Great'를 소개했다. "피아니스트로서 여러 연주회를 하러 다니지만 사람의 영혼을 변화시키는 음악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온세계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높고 높으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마음으로 작곡한 곡이 있습니다. 자, 들어보시죠." 연주실력만큼이나 유창한 한국말이 더욱 감동을 자아냈다.
 
1971년 오사카 출생의 그는 한국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20여 년전 일본인교회에 찾아온 한국 대학생(CCC)들에게서 받은 첫 인상 때문이다. "당시 저도 열심히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고 봉사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친구들의 하나님을 섬기는 자세나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큰 도전을 받았습니다." 21살의 히데오 고보리는 한국인 친구들과 대화하기 위해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7년간의 프랑스 유학 중에도 일본인 친구 보다 한국인 친구들을 더 많이 사귀었다는 그는 일본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줄곧 한인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이젠 평생 도망갈 수 없죠."
 
다윗이 수금으로 하나님을 찬양했다면 히데오 고보리씨는 "피아노를 통해 날마다 주어진 은혜와 넘치는 감사, 사랑의 고백을 드리겠다"는 비전을 품고 있다. 마치 피아노와 사랑에 빠진 듯 환희, 파라다이스 등의 곡을 멋지게 연주해보인 그는 "내가 여호와를 항상 송축함이여 그를 송축함이 내 입에 계속하리로다 내 영혼이 여호와로 자랑하리니 곤고한 자가 이를 듣고 기뻐하리로다(시 34:1~2)"는 성경구절을 자신의 평생 테마로 소개하기도 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4살 때부터 피아노와 함께 해온 그에게도 20대 초반 자칫 피아노와 영영 이별할 뻔한 위기가 있었다. 교통사고로 왼손 뼈를 크게 다치면서 의사로부터 피아노를 포기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은 것. "그때 저는 물론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고 하나님의 기적도 믿고 있었지만 움직이지 않는 손을 보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잠시 당시를 회고한 히데오 고보리씨는 자신의 왼손을 들어보이고는 "어느날 오른손만으로 교회 일을 하고 있었는데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라고 전화가 와서 갔더니 완전히 골절됐던 뼈가 마치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붙어 있었다"며 "기적을 맛보고는 '이 손은 이제 내 것이 아닙니다'라는 고백을 했다"고 간증했다. 이후 그는 대학 졸업을 위한 피아노 시험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일본 미국 유럽 한국 등지에서 꾸준히 연주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08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발매한 'Bless You'는 "서로 미워했던 관계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회복되기 바란다"는 축복을 담은 특별한 앨범이다. 물론 그도 "일본인들이 부정할 수 없는 슬픈 역사"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일본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했고 이제 그는 피아노 건반 위에서 두 나라의 화해(和解)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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