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떠나온 나그네들에게 삶의 희망 전합니다"

[ 아름다운세상 ] 다문화 가족 섬긴지 14년 … 새롭게 '다문화비전센터'로 결실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12년 06월 05일(화) 15:09
   
▲ 다문화 사역을 위해 헌신하는 다문화선교센터 대표 함덕신목사(중앙)와 스태프들.

지난 14년간 나그네와 같은 사람들을 돌보던 사역이 오늘에 이르러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일까? 지난 2일, 경기도 일산 덕이동에서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우리의 이웃이 돼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과 다문화가족을 섬기기 위한 취지에서 다문화비전센터(대표:함덕신) 개원식이 열린 것.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서 나그네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데 고향을 떠나 먼 이국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좋은 벗이 되고자 비전센터가 새롭게 출발하는 자리였다. 나라별로 모여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과 아늑한 카페, 그리고 한글과 컴퓨터를 배울 수 있는 공간 등 나그네를 위한 최고의 시설들이 마련돼 문을 열었다. 나그네들에겐 외로움을 잊게 하고 새로운 비전을 갖게 하는 뜻깊은 장소다.
 
이날 오랫동안 준비해온 다문화비전센터가 새로 문을 열게 된 배경에는 지난 14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그네를 향해 사랑을 쏟았던 '게르방' 사역이 있었다. 1997년 경기도 일산 덕이동 가구단지 내 공장사무실에서 일산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세운 곳이 게르방이었다. 외국인근로자선교를 위해 세워진 게르방은 히브리어로 나그네라는 말의 '게르'와 우리말의 숙소라는 뜻의 '방'을 합성한 말이다.
 
"14년전, 미국에서 선교학을 공부하고 귀국했는데 외국인근로자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선교 차원에서 이들을 위한 사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처음 게르방 사역에 관심을 갖고 이 일을 시작한 함덕신목사의 설명이다. "처음 미얀마 사람을 소개받았어요. 여러 방향으로 접근을 시도했지만 그는 쉽게 마음문을 열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가 일하는 회사 사장에게 부탁해 어렵게 만날 수 있었고 그렇게 게르방 사역을 처음 시작했어요."
 
   

이후에 몽골 사람을 알게 되면서 게르방 사역은 더욱 확장돼 갔다. '게르'라는 말이 몽골어로 집이라는 뜻이 포함돼 있는 것만봐도 몽골인을 위한 사역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몽골에 있는 게르방 가족들을 전도하기 위해 현지탐방을 시작하면서 몽골 근로자들에 대한 선교는 많은 열매를 맺었다.
 
이들을 위한 게르방 사역은 외국인근로자들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신앙훈련을 통해 평신도지도자로 세우고 이들이 귀국한 후에 자기 나라에서 복음화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데 맞춰졌다. 이로 인해 2002년 몽골인들을 위한 몽골예배당을 건립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 게르방에 나오던 한 외국인근로자를 신학교에 보내 신학공부를 시켰고 지금은 목사가 돼 몽골교회 사역을 감당하도록 했다.
 
게르방 사역은 이곳에 나와 있는 외국인근로자들의 신앙성장 뿐만 아니라 그들이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에 그곳에서 복음사역을 감당하도록 하는데 맞춰졌다. 실제로 게르방 사역은 고국으로 돌아간 근로자들을 방문해 그들의 사역을 돕는 일도 감당해 왔다. 게르방 사역을 지원하는 승리교회(진희근목사 시무)에서 몽골선교 현지를 탐방하는 사역을 펼치게 된 것.
 
"사실, 처음에는 게르방을 쉼터처럼 운영했는데 힘든 일도 많았어요. 컨테이너 하나를 마련하고 그곳에서 게르방이란 이름으로 사역을 시작했으니까요." 당시 외국인근로자를 대상으로 사역을 감당했던 함 목사는 "이곳에 와서 잠도 자고 식사도 하며 게르방을 통해 그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게르방 사역을 통해 조선족들만 모이는 교회를 독립시켰고 베트남인들과 몽골인들을 위한 예배는 지금도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초기에 게르방에 오던 외국인근로자들이 나태한 생활을 하고 게으름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쉼터를 없애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한 그는 "게르방의 사역이 그들에게 선교의 비전을 주기 위한 것이지 그들에게 복지만을 주고자 했던 것은 아니라"며 결국 쉼터를 중단하고 교회만 운영하게 된 것.
 
외국인근로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졌던 게르방 사역이 10여 년이 지나면서 그들에게 자녀들이 태어나고 그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다문화가정으로 사역은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2005년부터 게르방에 어린이 주일학교가 시작됐고 게르방 어린이방도 시작됐다. 그리고 국제결혼 등으로 다문화 가정이 점차 늘어나면서 사역이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이들에 대한 선교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 꿈을 가지고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다문화비전센터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게르방, 외국인근로자선교훈련원이란 이름으로 펼쳐오던 사역이 지금은 다문화비전센터를 통해 사역이 더욱 확장됐다. 그리고 지난 2월부터 다문화가족들을 위한 예배가 새롭게 시작됐다. 다문화 가정들이 등록하고 이곳 비전센터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역에도 어려움은 있기 마련이다.
 
"한국에 시집온 동남아시아 여성들은 시집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무척 힘들어해요. 주일날 교회에 오는 것도 쉽지 않고요. 남편의 반대가 심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예배도 중요하지만 다문화학교를 세워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이들이 부담없이 찾아올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어요." 남편들도 다문화학교를 통해 쉽게 이곳을 찾아올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지난 14년간 한결같이 사역해온 함 목사에겐 다문화비전센터를 통한 새로운 꿈이 있다. "앞으로 국가별 공동체를 계속 확산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에요." 이러한 비전과 함께 그는 "이 일을 위해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그 문화에 따라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들이 고국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보여줘야만 그들이 쉽게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야만 그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
 
"이 사역은 교회의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 그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를 위해 유니게 기도어머니회가 조직돼 있다"면서 "어머니들이 다문화가정 어린이와 연계해 기도의 어머니가 돼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물론 유니게 기도어머니회에선 직접 다문화가정을 방문도 하고 가서 기도도 해준다. 그리고 부모를 함께 초청해 전도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이러한 사역을 통해 다문화가정 3대가 예수님을 믿게 된다는 것.
 
이번에 개원한 다문화비전센터에는 아늑한 카페도 마련돼 있다. 다문화가정을 배려하는 마음에서다. 그리고 나라별로 갖고 있는 예배 모임에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최신식 시설을 갖춘 컴퓨터교실은 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다. 상담을 비롯해 엄마와 함께 하는 다문화학교와 한국사회이해교실, 다문화체험교실, 다문화아카데미, 방과후 학교 등 다양하다. 승리다문화교회를 맡아 사역하는 김승일목사는 "다문화가정을 위해서는 우선 주류가정의 의식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들의 문화로 접근을 시도해야만 다문화가정에 대한 선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
 
오늘날 한국교회가 해외선교에만 역점을 두고 있는 시점에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을 향해 펼치는 선교사역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을 향한 선교사역이 직접 해외에 나가서 선교사역하는 것만큼 많은 열매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비전센터를 통한 선교사역도 이러한 의미에서 오늘날 선교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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