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에 의지하여

[ 생명의양식(설교) ] 생명의양식

이석형 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6월 05일(화) 14:49

 ▶본문말씀 : 누가복음 5장 1절~11절
 "…시몬이 대답하여 이르되 선생님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하고…"

 
본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시몬의 배를 빌려 무리를 가르치신 예수님은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시몬은 "선생님!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했으나 잡은 것이 없지만 말씀을 의지하여 그물을 내리겠습니다"하고 그물을 던졌더니 고기가 너무 많이 잡혀 그물이 찢어지게 되었고,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그물을 올리자 동무들의 배까지 고기가 가득 채워진 일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보통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니 그 결과가 한 번 그물질로 인하여 두 배 가득의 복을 받는다고 말씀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 않은 것은 그 뒤의 일입니다. 고기가 잡힌 후 일반적으로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예수님은 예수님대로, 어부들은 어부들대로 헤어졌어야 하는데 그 고기잡힌 결과로 인하여 시몬 베드로는 예수님의 발 아래 엎드렸고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하고 예수님 앞에 서 있을 수 없는 존재임을 말하며 '나를 떠나소서'라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배, 그물, 바다, 고기 등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베드로는 무슨 죄를 졌으며 왜 예수님 앞에 설 수 없는 존재라는 말입니까! 이것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물을 내렸던 베드로의 심령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그물을 내리면 고기가 잡힐 것으로 믿고 그물을 내렸겠습니까? 안잡힐 것으로 알고 안잡히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물을 내렸습니까?
 
신앙으로 순종한 것입니까? 이는 모양은 그물을 내리고 있었지만 마음 속에서는 고기가 잡히나 보자 하며 저항하는 마음으로 그물을 내렸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우선 베드로 입장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순종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첫째, 2절을 보면 이미 저들은 실패를 인정하고 체념하며 그물을 씻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심신이 피곤하여 오늘은 그만 하려고 정리한 상태입니다. 성공한 사람에게 성공했던 일을 다시 한번 하게 하면 그것은 그에게 영광이며 해볼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실패한 사람에게 실패한 일을 다시 시키는 것은 욕을 보이는 일이 됩니다. 그러므로 베드로 일행은 하기 싫은 일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둘째, 시간적으로 지금은 아침이요, 오전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게네사렛 호수에서 일생을 살았던 전문어부들이 밤에 고기를 잡았다는 말은, 밤에 고기를 잡아야만 잡힌다는 말로 그 어종을 잡는 시간이 그때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께서 그물을 내리라는 이 시간에 그 물고기를 잡는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됩니다. 이것을 알고 있는 베드로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그물을 내렸을까요
 
셋째, 장소적으로 깊은 곳의 문제입니다.
 
예수께서 지정하신 깊은 곳은 베드로 일행이 밤새 그물을 내렸던 장소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그물을 내릴 때 방금 전까지 수도 없이 여러 번 그물을 내렸던 곳에 그물을 내린다는 것이 됩니다. 또 이곳은 담수로서 깊은 곳은 수온이 차갑고 얕은 곳에 물고기의 먹이가 있고 알을 낳고 자라는 곳입니다. 깊은 곳에는 고기가 없다는 것이죠. 평생을 그물질을 해도 깊은 곳에서 고기를 잡아 본적이 없는 베드로 일행에게 예수께서 지시하신 장소인 깊은 곳은 고기가 잡힐 리가 없는 곳이었습니다.
 
넷째, 어부로서의 베드로의 경험이 문제가 됩니다.
 
베드로는 그곳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배를 저어왔고, 평생을 고기잡이를 해온 노련한 어부로 그 호수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목수의 아들로 견습 목공일 텐데 말을 듣기가 쉽겠습니까? 사람은 일을 하며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있으며 그 일에 대한 긍지도 때론 자존심도 있는 것입니다. 가장 믿을 만한 것은 내가 아는 것이며 가장 확실한 것은 내가 경험했던 일들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지금 말씀을 의지하여 그물을 내리고 있는 베드로의 마음속엔 무슨 생각이 오고 가겠습니까? 고기가 잡힌 것을 믿고 순순히 믿음으로 그물을 내렸겠습니까? 아니면 잡히나 보자 하는 불순하고 저항하는 나쁜 생각을 하며 그물을 내렸겠습니까?
 
그리고 고기가 잡혔을 때 이 기상천외의 잊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난생 처음의 경험이 될 때 이제 베드로는 예수님께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마음으로 예수님을 불신한 것을 죄로 고백한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죄인입니다. 나는 당신 앞에 서 있을 존재가 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주님으로 고백하는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베드로는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우리의 삶이 바뀌지 않고 목회의 현장이 답보상태에 있는 이유가, 목사의 지식이나 목회의 경험, 그 노하우가 앞서고, 예수님의 말씀에 복종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요?

이석형목사 / 밀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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