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동에게 수어를

[ Deaf Story ] 우리 시대의 땅끝-Deaf Story

김유미원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5월 21일(월) 16:18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나라의 농인들은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많은 생각과 정보를 공유하는데 최근 이러한 SNS를 통해 농사회에 급속하게 퍼져나간 동영상이 하나 있다. 이 동영상은 미국의 한 여성이 자신의 아기에게 미국수어를 가르치는 과정(이들은 농인이 아니다)에서 얻은 베이비 사인의 중요성과 효과를 알리는 영상물을 토대로 한국농인이 나와서 청각장애를 가진 유아기의 농아동에게 언어치료보다 수어교육이 훨씬 효과적임을 설명하는 영상이다.
 
실제로 청각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한국의 부모들은 수어교육이 음성언어의 발달을 저해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자녀에게 선뜻 수어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수화언어가 배제된 상황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유년기의 언어자극과 자존감, 행복도 등에서 많은 박탈감과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그야말로 인생이 '극복'의 연속이 되는 것이다. 언어발달은 통상적으로 듣기→말하기→읽기→쓰기의 순서를 밟는데 그 첫 단계인 듣기단계에서 농아동은 이미 큰 좌절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마치 청인들은 모래밭에서 언어의 우물을 파기 시작할 때 농인들은 암반석에서 언어의 우물을 파는 것과 같아서 그 험난한 길에서 성공하는 농인은 극소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하버드대를 갈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 극복 신화'는 장애인이라 불리는 모든 이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우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농인과 청인에 상관없이 모두가 자신의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막는 그것!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오직 그것만을 극복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좌절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수어교육이다. 아동기에 한국수어를 획득한 농아동은 한국수어를 통해 풍부한 자기표현과 개념형성을 해나갈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쌓아올린 한국수어를 통해 듣기와 말하기 단계에 쏟을 에너지를 한국어의 문해능력(읽기와 쓰기) 향상에 쏟는다면 그 농아동은 학습 성취와 자아실현의 기회를 더욱 많이 갖게 될 것이 분명하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필자는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유능한 기술인(인력)을 키워내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육은 궁극적으로 한 사람의 인간이 자신의 존재의 가치를 알고 전인적인 존재로 성장하며 자신의 꿈을 찾아내고 그 꿈을 실현해 나갈 의지와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존재의 가치, 그 행복은 어떻게 시작될까?
 
2005년 9월에 방영된 EBS의 지식채널e 'childrⓔn Baby Sign'편에서는 베이비사인의 효과를 세 가지로 명시하였다. 첫째, 베이비 사인을 하는 아기는 평균 12포인트 IQ가 높다. 둘째, 언어를 쉽게 배운다. 셋째, 무엇보다 가족의 사랑을 깊이 느낀다. 농아동에게 수화언어를 배제한 언어치료만을 강요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자신의 존재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면 농아동에게 수화언어를 가르치는 행위는 그 아이에게 생애 첫 순간부터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주고 사랑해주는 우주를 선물하는 것이다.


김유미원장 / 한국농문화연구원 원장 http://deafcultur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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