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산만한 아들의 성격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요?

[ 상담Q&A ] 상담Q&A

안명숙교수
2012년 05월 21일(월) 10:44

   
Q. 저희 아들은 지금 중학생입니다. 성격이 너무 산만하고 정신이 없어서 걱정입니다. 수업 준비물을 챙기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체육복이나 겉옷들마저 잃어버리고 다닙니다. 아이의 그런 모습이 싫고 화가 납니다. 혼내도 보고,대신 챙겨줘 보기도 하지만 소용없습니다. 정작 아이는 별로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습니다. 사실 저도 젊을 때까지 우리 애처럼 다 흘리고 다니곤 했어요. 물론 지금은 안 그럽니다. 그래서 더 아이가 안타깝습니다. 아이에게 가르치고, 화내는 것도 소용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의 성격이 좀 달라질까요?

A. 아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두 종류입니다. 첫째 유형은 '아이가 나와는 전혀 다르다'입니다. 자신은 절대로 그렇게 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반듯하게만 살아오신 부모님의 경우 자유분방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의 행동은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두 번째 유형은 '나와 비슷한 아이의 모습이 싫다'입니다. 아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 그것이 안타깝고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첫 번째 유형의 부모님의 경우 자신과는 전혀 다른 아이의 모습이 불안하기 때문에 억지로 바꾸려고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 반듯한 학생이었던 어머니가 고등학생 아들이 집에 늦게 오거나 주머니에서 담배를 발견하기라도 하면 크게 놀라 어쩔줄 몰라하시는 것입니다. 반면 한때 놀아본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수 있습니다. 즉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사는 모습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두 번째 유형의 부모님은 원치 않는 자신의 모습을 자녀에게서 발견할 때 불편감을 느낍니다. 위의 사례에서 산만한 자신의 성격을 싫어했던 어머니는 아들을 볼 때 마음이 좋지 않은 것입니다. 문제는 아들의 성격이 아니라 자신의 성격을 아들이 닮았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성격을 좋아하는 부모님은 아이가 자신을 닮으면 기분이 좋겠지요.
 
위의 두 유형의 부모님 모두 자신의 억압된 성격을 자녀에게서 보면서 힘들어하는 경우입니다. 모범적으로만 살았던 부모님의 경우,살아보지 못했던 자유분방한 삶은 불안을 야기합니다. 또한 싫어하는 자기 모습을 아들에게서 발견하는 것은 불안을 야기합니다. 이것을 '투사'라고 합니다.
 
투사란 자신이 원치 않거나 익숙치 않은 본성 부분을 타인에게서 발견하고 그것을 불안해하며 통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싫어하는 사람'의 특징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자신이 받아들이기 힘든 자신의 본성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교만한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자신의 교만한 본성을 숨기고 사는 사람입니다. 화내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분노의 능력을 억압하고 착하게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본성을 정직하게 수용할 때 자신에 대해서는 겸손해지고 타인에 대해서는 수용적이 됩니다. 자신도 교만한 사람이니 교만하다고 누굴 비판할 입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 눈 안에 들보가 있음을 알 때 남의 눈에 티끌을 탓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마 7:4)
 
그러므로 두 유형의 부모님의 경우 문제의 해결은 '자신과의 화해'입니다. 아들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수용하고 사랑하지 못함이 문제인 것입니다. 아들의 성격을 걱정하기 전에 자신의 성격을 수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돌아보아야합니다. 산만한 자신을 버리고 본성과는 다르게 살려고 애쓰셨던 어머니는 이제 산만하고 부산스러운 자신의 부분도 좋아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낙천적이고 활기찬 부분이 되살아나서 생동력있게 살게 됩니다. 그리고 정작 아들 문제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안명숙교수 / 서울장신 겸임ㆍ고양상담코칭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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