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만이 모든 것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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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2년 05월 15일(화) 17:34
스웨덴의 혼성 4인조 그룹으로 7~80년대를 풍미한 아바(ABBA)를 기억하시나요? 그들의 노래 중 하나인 '맘마미아(Mamma mia)'가 수 년 전 뮤지컬과 영화로 제작돼 재차 복고 열풍으로 왕년의 인기를 다시 누렸습니다. 74년 유로비전 송 컨테스트에서 대상 수상곡이자 데뷔곡인 '워털루(Waterloo)'부터 '음악에 감사한다'는 의미의 헌정곡 'Thank you for the music' 등 우리 귀에 익숙한 곡만 1백여 곡이 넘는 대단한 그룹이죠. 이들이 부른 노래 중에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The winner takes it all)'는 노래가 있습니다. 가사는 다른 여인이 나타나 변심하는 연인에게 '원칙대로 룰을 지키며 정도를 걸어온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며 '승자만이 사랑을 쟁취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한탄'하는 내용입니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는 소득과 부의 관계를 연구하다가 소득분포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경험적인 경제법칙을 도출해 냅니다. 이른바 '파레토의 법칙'인데 명제를 설명하기엔 제 지식이 짧지만,예를 들어 기업에 적용한다면 20%의 제품이 전체 매출이나 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전체 고객 중 핵심 고객 20%가 매출의 80% 이상을 소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법칙은 자기관리,성공학에서도 금과옥조처럼 다루고 있습니다. 즉,20%의 중요한 일에 노력을 집중해 성과를 크게 하자는 것으로 시간관리에서는 긴급성보다는 중요도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이 법칙을 이야기하며 '80대 20의 법칙'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결국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오늘날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속에서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 법칙은 하나의 원인이 결과에 거의 절대적 영향을 줄 때만 유효하다는 허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인과 결과가 거의 1대 1 대응에 가까울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비즈니스나 생활 속에서 접하는 현상들은 다수의 변인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식당을 개업해서 성공했다고 할 때,그 성공의 원인을 좋은 메뉴를 아이템으로 잡았기 때문이라고만 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주변 상권이 발달했다거나,유명 연예인이 다녀간 뒤 방송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거나,그 음식이 건강에 효험이 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거나 여러 요인들이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어떤 결과에는 그에 개입되는 요인들이 다수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어느 하나의 요인이 강하다고 해서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어떤 한 요인과 결과가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난다고 하여 그 요인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절대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죠.
 
80대 20의 법칙은 중요한 것,중요한 대상에 자원을 집중하라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의사결정시 마땅한 기준이 없을 때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도구일 뿐,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게 하는 도구는 아니라는 것이죠. 승자가 독식하는 사회가 아니라 모든 이들이 수고하고 땀흘린 만큼 그 대가를 나눌 수 있는 사회,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사회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의 주제,"생명의 하나님,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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