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기는 종 되어 가장 작은 자들의 벗이 돼라

[ 총회1백주년 ]

류태선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5월 15일(화) 15:49
1. 디아코니아의 원형: 예수님의 말씀과 사역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 10:43하∼45)" 이 말씀에 따르면, 우리 주님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이 바로 디아코니아 곧 섬김이다. 그 분은 '크다'는 것과 '으뜸이 된다'는 것의 세상적 기준을 완전히 바꾸어 놓으셨다. '섬기는 자'가 '큰 자'요, '모든 사람의 종이 되는 것'이 '으뜸이 되는 것'이다.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요 10:10 하반절)"라는 말씀에 의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풍성한 생명을 누리게 함'이 우리 주님의 디아코니아의 목적이었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하였더라.(눅 4:18∼19)...이 글이 오늘 너희 귀에 응하였느니라.(눅 4:21 하반절)" 나사렛 회당에서의 이 말씀은 예수님의 디아코니아의 과제를 선포한 말씀이었다. "맹인이 보며 못 걷는 사람이 걸으며 나병환자가 깨끗함을 받으며 못 듣는 자가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마11:5)" 세례 요한의 제자들에게 주신 이 말씀은 예수님의 디아코니아의 결과를 확인해 주신 말씀이다. 우리 주님 예수님께서 친히 해 주신 이 말씀들 속에,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추구해야 할 디아코니아의 원형이 담겨 있다.
 
2. 한국교회 디아코니아의 역사적 회고
 
한국교회는 선교 초기부터 디아코니아의 사명과 책임을 다양하고 활발하게 감당해 왔다. 이를 여섯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구한말 선교초기부터 한일합방이전까지(1884∼1909)의 시기에는,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의료선교, 학원선교 등 사회적 문화적 영역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둘째, 일제시대(1910∼1945)에는 3.1운동을 비롯하여, 나라의 독립을 추구하는 정치적 영역에 대한 책임과 함께, 국채보상운동, 농촌계몽운동, 문맹퇴치운동, 알코올, 담배, 공창과 아편퇴치운동 등 경제 영역과 사회영역에 대한 책임에 집중했다. 셋째, 해방과 6.25 전쟁 이후 시기(1945∼1968)에는, 전쟁으로 인한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문제 등에 힘을 쏟았다. 넷째, 민주화인권운동 시기(1969∼1987)에는 한국교회의 일각에서이기는 하지만, 정치적 민주화와 인권 보호와 신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다섯째, 평화통일운동 시기(1981∼현재까지)에는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이 한국교회 일각에서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여섯째, 정치적 민주화 이후 현재까지 (1987이후 현재까지)는 한국교회가 디아코니아 선교의 확산을 통한 다양한 사회적 영역의 책임 수행에 주력한 시기였다. 이 시기에 나타난 대응 초점들을 분류해 보면, (1)IMF 경제위기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대응 (2)각종 재난 구호와 지원 활동 (3)북한위기에 대한 대응 (4)다문화사회화에 대한 대응 (5)생태위기에 대한 대응 (6)정보통신혁명에 대한 대응 등 6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3. 한국교회 디아코니아 발전을 위한 총회 사회(봉사)부의 노력들
 
이상과 같은 한국교회 디아코니아 전개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우리 총회는 사회(봉사)부 출범 이래 지금까지,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첫째, 디아코니아의 사명이 교회의 본질적 사명임을 깨우치고 구체적인 방법론을 훈련하는 사회선교, 사회봉사 훈련. 둘째, 다양한 디아코니아 시범 사업 개발. 셋째, 사회선교 정책(문서) 개발과 보급. 넷째, 신속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국내외 재난구호사업 전개. 다섯째, 북한동포돕기운동. 다섯째, 환경보전위원회 인권위원회 활동을 포함한 대사회문제대책 활동. 여섯째, 디아코니아 관련 단체 조직화 등이다. 이러한 총회 사회(봉사)부의 활동은 총회 산하 전국교회와 교우들로 하여금, 다양한 디아코니아 사역을 수행하도록 하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과 같은 반성과 그에 따른 새로운 각성과 비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4. 한국교회 디아코니아에 대한 반성과 비전
 
이미 살펴 본 대로, 디아코니아의 사명은 그 원형이 우리 주님 예수님 자신에게 있다. 그리고 디아코니아의 사명을 감당하는 일은 예수님의 모범을 따르는 일이요, 예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일이다. 한 마디로, 디아코니아의 사명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본질적 사명이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디아코니아의 사명 수행을 통하여, 자신들이 전하는 복음 메시지의 진정성을 나타낼 수 있다. 디아코니아는 교회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져서는 안 되며,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 순수한 '사랑'의 동기에서, 우리들의 시간과 재능과 물질을 들여서, 우리 사회의 가난한 자, 약한 자, 소외된 자들의 친구가 되고, 대변인이 되고, 후원자가 되고, 치유자가 되는 일에, 겸손히 섬기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고전 13:3)라는 사도 바울의 말씀 대로이다.
 
우리 총회는 96회기 기간(2011.9∼2012.8) 동안 "그리스도인 세상의 소금과 빛: 착한 행실로 하나님께 영광을 (마 5:13∼16)"을 지키고 있다. 또 오는 9월에 모일 제97회 총회의 주제는 "그리스도인, 작은 이들의 벗: 가난한 자의 벗, 다음세대의 벗, 북한동포의 벗, 다문화 가족의 벗, 장애인의 벗. 마25:40, 레19:18)"으로 정하였다. 이들 주제들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 시대에 감당해야 할 디아코니아적 사명을 강조하는 주제들로서, 시의적절한 주제들이라고 생각된다. 또 2013년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부산에서 열릴,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총회의 주제인,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주제 역시, 디아코니아의 사명을 강조하고 있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총회와 세계교회가 오늘의 세계 속에서, 디아코니아적 사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함께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총회와 세계교회협의회의 이러한 주제들이 각 노회와 지교회에서 얼마나 관심있게 파급되어 목회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각 지교회 현장에서는, 대부분 자기 교회의 당면한 필요에만 초점을 맞춘 목회 정책에 따라, 교회의 인적 물적 자원이 배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교회의 디아코니아가 진정 하나님께 영광돌리는 디아코니아가 되기 위해서는, 전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지교회의 현실을 감안하면서도, 오늘의 현실을 반영한 세계교회와 총회의 커다란 흐름과 문제의식을 같이 하면서, 교회의 선교적 역량을 균형있게 배분하려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우리는 디아코니아의 원형인 예수님의 모습을 정직한 눈으로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주님의 모범과 명령에 따라, 섬기는 종의 자세로, 우리 사회의 가장 작은 자들의 진정한 벗이 되려는 노력을 온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힘을 합쳐 기울여 나갈 때, 섬기는 자들과 섬김을 받는 자들이 함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비로소, 교회는 성도들에게는 '하나님의 나라'를 어렴풋이 미리 맛보는 곳이 되고,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나라'가 있다면, 아마도 저런 곳이겠구나"를 보여주는 표지가 되고, 그리고 교회가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시켜 나가는 도구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바로 그렇게 될 때, 한국교회가 한국사회로부터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복음을 힘있게 증거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교회다운 교회'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류태선목사(장신대 강사, 전 총회 사회봉사부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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