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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 '작은 교회 이야기'

박진희팀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5월 15일(화) 15:25
   
1년 전쯤, 아주 오래된 시골교회 주보가 가득 든 종이가방이 내게로 배달됐다. 1년치를 제본한 열다섯 묶음, 그러니까 꼬박 15년의 이야기가 숨어 있는 주보였다. 그중에서 가장 낡은 것 하나를 꺼내 출퇴근길에 읽기 시작했다. 그것이 '작은 교회 이야기'와의 첫 만남이었다. 지하철 안에서 이미 20년도 더 지난 빛바랜 이야기를 읽으며 코끝이 따갑고 눈물을 참으려 애쓴 적이 여러 날이었다.
 
책의 일러두기에도 썼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것은 분명 확신했으나 이 책을 편집할 능력이 내게 있는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주보원본 외에는 원고도 없고, 연재성도 짙고, 투박하고, 현재 목사님이 단강에 있지 않고… 부정적인 요소들만 생각하느라 여러 날을 망설였다. 그러나 출간 결정을 마음먹기까지 시간이 걸렸을 뿐,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견고해진 덕에 작업하는 것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저자인 한희철목사님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책에 실을 수 있는 자료들을 더 많이 모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되어 총 4부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비단 이 작은 교회만의 이야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단강교회가 강원도를 벗어나 전국으로, 그리고 온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15묶음의 방대한 원고에서 연재성이 짙은 글을 빼고, 소박하지만, 단강 주보에 가장 큰 특징이었던 손글씨를 되살리고 싶어 일일이 스캔작업도 했다. 한 목사님과 함께 단강을 찾아 인우재에서 차도 마시고, 주보 속 이야기 주인공 권사님 댁에서 맛있는 점심도 먹었다. 그렇게 많은 도움과 수고와 추억의 힘으로 그리운 옛이야기에 먼지를 털고,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은 책이 탄생했다. 담뱃잎 말리던 흙집을 개조해 만든 작은 교회. 성경책 대신 호미 들고 교회를 오던 소박한 사람들. 당근이랑 꽃, 호박을 헌금 삼던 성도들, 더 크고, 더 많고, 더 풍족한 것만 꿈꾸느라 지친 사람들에게 이 책이 가장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박진희 팀장 / 포이에마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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