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和解)가 최선이다

[ 논단 ] 주간논단

김재복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5월 08일(화) 11:27

판사직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근무한 지난 4년동안 의외로 이혼사건의 변론을 많이 하게 되었다. 특히 이혼문제로 찾아오는 교인들을 만날 때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처음에는 사정을 들어본 후에 웬만하면 상대방을 용서하고 결혼생활을 유지할 것을 권유하지만 결국은 이혼법정에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이혼법정에서도 조정위원들은 끝까지 시비를 가려서 판결로 이혼하는 것보다는 서로 양보하고 합의하여 화해나 조정으로 이혼재판을 끝낼 것을 권유한다. 한때 그렇게 서로 좋아했던 사이였지만 일단 이혼법정에 서게 되면 다른 사건보다 더욱 치열하게 다투고 화해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화해를 성공시킬 수 있는 나름대로 비결이 있는데 그것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즉, 첫째는 누구의 말이 옳은지, 누가 더 잘못했는지에 대하여 더 이상 따지지 말고 상대방을 용서하는 것이고, 둘째는 의뢰인 자신이 먼저 양보하고 손해보도록 하는 방법이다. 다소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위 두 가지 방법으로 의뢰인을 설득하여 여러 사건을 화해로 종결시켰다. 그 당시에는 의뢰인이 불만족스러웠는지 모르지만 나중에 깊이 생각하여 보면 얼마나 잘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이유에 대하여는 긴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만일 화해로 종결되지 않고 끝까지 판결을 받아 대법원까지 갔다고 생각해보자. 누가 승자이고, 누가 이득을 보았겠는가. 이는 비단 이혼사건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화해의 정신은 우리 사회나 교회안의 분쟁의 해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요즈음 교회안의 분쟁이 사회 법정으로 옮겨져서 세상사람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예수님도 "너희가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려라(마 5:23-24)"고 말씀하셨다. 누가 잘못했는지 먼저 시비를 가릴 것도 없이 형제와 먼저 화해하고 예배를 드리라는 말씀이다. 교회안의 분쟁을 가지고 세상 법정에 서게 되면 교인끼리 또는 목회자나 중직자끼리 서로 공격하고 헐뜯고 싸우는 모습은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게 되고 불경건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본이 되지 못함으로써 스스로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은 말씀에 대한 불순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하여 뜻 있는 목회자와 교수, 기독법조인에 의하여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이 설립되었고, 개원 4주년이 된 금년에는 대법원으로부터 정식으로 사단법인 인가를 취득하였다. 이제 명실공히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이 사법당국의 뒷받침을 받아 교회 및 교인들의 각종 갈등과 분쟁을 법원의 소송에 의하지 아니하고 화해나 조정, 중재 등의 방법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고 그 효과는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다. 사도바울도 성도간의 송사를 가지고 세상 법정으로 가지 말고, 교회안의 지혜 있는 자를 통하여 판단받을 것을 권면하고 있다(고전 6:1-7). 부디 한국교회 안의 여러 분쟁들이 화해중재원에서 성경적인 방법으로 해결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우리는 다시 예수님의 십자가를 묵상해 보자. 죄 없으신 예수님이 우리 대신 십자가를 지시고 희생하심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용서받고 구원받았다. 그 큰 은혜를 생각하면 우리가 용서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고, 화해하지 못할 사건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스도를 부정하는 적그리스도나 이단이 아니라면 우리는 우리에게 허물이 있는 다른 사람들을 얼마든지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지 않을까.


김재복 /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ㆍ명성교회 안수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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