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하여'의 위선

[ 기고 ] 독자투고

마문철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5월 08일(화) 10:24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 싸울 때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 '위하여'란 말이다. 총회에서 노회에서 개교회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반드시 등장하는 단어가 '위하여'란 말이다. 교회에서 싸우는 것 자체가 성경적이지 못하고 선교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독교 공동체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걱정한다. 당사자들을 만나서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고 서로 용서하고 싸움을 멈추라고 말한다. 그 때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가 '위하여'이다. 
 
"내가 내 개인의 문제 같으면 그만 둘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총회를 위하고 노회를 위하고 교회를 위한 일이다. 또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일이다. 교회를 위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나는 양보할 수도 없고 싸움을 멈출 수도 없다"고 말한다. "왜 서로 사랑해야 할 교인끼리 싸우냐"고 물으면 하나님을 위하여 교회를 위하여 싸운다고 말한다. 그만두고 싶지만 여기서 물러서면 정의가 무너지고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일이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다고 말한다.
 
정말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일어난 모든 분쟁에 앞장 선 사람들이 하는 일이 교회를 위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일인가?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 교회에서 분쟁하고 싸우는 것은 루터나 칼빈처럼 진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도 아니고 일제시대 순교자들처럼 신앙을 지키고자 하는 싸움도 아니다. 99.9%는 개인의 자존심을 위한 싸움이고 개인의 이득을 위한 싸움이다. 교회를 위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는 추악한 의도를 숨기는 포장지에 불과하다. 자신의 의도를 숨기는 포장지로 또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위하여'라는 단어가 사용된다. 그런데 이 단어를 오래 사용하다보면 스스로 확신을 갖게 만든다. 정말 자신이 교회를 위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싸우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여기서 세상 사람들도 사용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방법이 나온다. 비방이 나오고 욕설이 나오고 폭행이 나오고 터지고 깨지도록 싸우기까지 한다.
 
하나님과 교회를 위하여 싸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상 싸움은 절대로 멈추지 못한다. 하나님과 교회를 위하여 순교를 각오하고 싸우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싸움을 멈추기를 원한다면 하나님과 교회를 위해서 싸운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나의 이득을 위해서 나는 싸우고 있다. 나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에 물러설 수 없다고 말해야 한다. 기독교 교단끼리, 교회에서 교인들끼리, 교인들과 목회자가 싸운다는 자체가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이고 교회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교회를 무너뜨리고 선교를 막는 일을 하고 있으면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교회를 위하여라고 외치고 있다.
 
하나님은 자신을 위해서 싸워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하나님은 아무에게도 자신을 위해서 싸워달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다. "이르시기를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내가 뭇 나라 중에서 높임을 받으리라 내가 세계 중에서 높임을 받으리라 하시도다"(시편 46:10). 하나님을 위한 진정한 길은 자신을 버리는 것이고 자존심을 버리고 물러서는 길이다. 하나님이 나를 도우시는 것이지 내가 하나님을 위하여 무엇을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죽게 만든 제사장들과 장로들이 같은 용어를 사용해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다. 그들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민족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예수님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 보면 하나님을 위하여 예수님을 죽였던 대제사장 가야바가 벌 받는 모습이 나온다. 가야바는 아홉 가지로 구별된 지옥 8옥에 갇혀 있다. 그곳의 사람들은 죄를 많이 지어서 납으로 만들어 무게가 엄청 나가는 움직이기도 힘든 망토를 걸치고 다닌다. 가야바는 그곳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중앙에 양손과 발을 묶여서 납망토를 입은 사람들에 의해서 짓밟히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한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주님의 영광이라고 외치면서 악을 행하는 위선자들이 받을 벌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잘 표현해 주는 대목이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교회를 위하여 싸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중으로 죄를 짓는 것이다. 싸움으로 교회를 무너뜨리는 죄와 위선의 죄이다. 위선의 죄는 바리새인들이 지은 죄이고 예수님은 위선의 죄를 가장 싫어하셨다. 나는 지금 나를 위하여 싸운다고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주님은 주님을 위하여 핍박을 받고 고난을 받아달라고 부탁하셨다. 지금 싸우는 자리에서 물러서는 것이 가장 주님의 영광을 위한 길이고 교회를 위한 길이다. 우리 모두 '위하여'의 위선에서 벗어나자.

마문철목사/새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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