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해외원조, 최상인가? 최악인가?

[ NGO칼럼 ]

이철용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4월 30일(월) 16:12
 
지난 2월 말, 미국의 한 독립언론이 '해외원조에서 7가지 최악의 아이디어(7 worst international aid ideas)'를  발표했다. 그 일곱가지 가운데 첫 번째가 아프리카에 백만벌의 티셔츠를 보내주는 운동이었다. 이 해외원조 운동은 제이슨 세들러라는 사람이 주창해 시작된 운동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운동이다. 그런데 이것이 최악의 해외원조 아이디어로 선정된 것이다. 최악의 아이디어로 선정된 이유는 '과연 아프리카에 티셔츠가 필요한가? 백만벌의 티셔츠를 아프리카로 보내는 물류비용 등은 생각해 보았는가? 이 무료셔츠가 가져올 섬유산업과 의류유통망의 붕괴를 생각해 보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아쉽게도 이 운동을 제안한 제이슨 세들러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아프리카를 방문한 적도 이러한 지역개발과 관련한 일에 종사하지도 않았었다. 결국 이 운동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최악의 해외원조 아이디어로 선정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의 기억에도 생생한 운동화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를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주는 운동이다. 탐스슈즈라는 회사에서 진행한 이 운동은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된바 있다. 이 운동이 최악의 아이디어로 선정된 이유는 가난의 문제를 단지 운동화 하나의 문제로 바라본 것이다. 이 운동은 아이들에게 운동화 하나는 주어졌지만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주어지는 운동화는 중국의 저임금 체제에서 공급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가난한 나라에 작은 신발공장을 만들어 일자리를 만들고 제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이 오히려 근본적인 가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가지 사례에서 보여주는 것은 철저하게 누구의 관점에서 해외원조의 정책을 펼치느냐에 있다. 도움을 주는 사람이 중심이 아니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모든 정책들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일시적인 도움이 아니라 장기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오류는 외국의 해외원조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사단법인 캠프(아시아빈곤선교센터)의 사역지인 필리핀의 빈곤현장을 찾은 '국경없는 과학기술자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방송에서 보았던 우물파주기 해외지원 사업가운데 90%의 우물이 사용되지 않고 막혀 있다고 말했다. 물의 문제는 식수의 문제인데 오염되지 않은 물을 얻기 위해서는 우물을 깊이 파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드는데 우리는 우물을 파내려 가다가 물만 나오면 먹을 수 있는 물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사진을 찍고 방송에 홍보를 하는 것으로 그치니 오염된 물을 마실 수 없어 주민들이 관리를 하지 않고 결국 그 우물은 막힌다는 것이다.
 
전기와 관련해서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오지에 태양광발전시스템을 설치하는데 단기간에 설치에만 관심을 가졌지 그것을 보수하거나 운용할 시스템을 고민하지 않기 때문에 설치 후 전선 한 가닦에 문제가 생기거나 나사 하나가 풀어져도 전기를 사용하지 못해 수천만원을 낭비하는 일들이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해외원조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많은 연예인들이 이 일에 앞장서는 것과 연일 방송마다 가난한 나라를 돕기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만 하다. 그러나 우리의 해외원조가 앞에서 언급한 우를 반복하고 있는지 세심히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조급증, 실적위주의 유혹이 앞에서 언급했듯 최고가 아닌 최악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이켜 보아야 할 것이다. 해외원조에 있어서 눈앞에 보이는 사업, 공급자의 자아도취를 넘어서 그 사업이 정말 현지에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조사와 연구, 현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성숙한 모습을 기대한다. 나아가 우리 한국교회의 해외선교 현장에서도 이러한 우를 범하질 않길 소망한다.

이철용목사
아시아빈곤선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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