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 논단 ] 주간논단

고무송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4월 30일(월) 14:47

며칠전 아주 반갑고 흥미로운 e-mail을 받았다.

 
소망교회 대학부 만남(1982년)이 강산이 세 번 변하는 30년이 지났습니다. 50고개 문턱을 넘어가고 있는 지금, 고무송목사님의 첫사랑하는 자들의 만남을 갖고자 합니다. 일시: 4월20일(금)오후7시 / 장소: 피자헛 압구정역점

 
1980년, MBC에서 강제해직을 당하고 40세에 신학교엘 들어가 목회실습 훈련을 받아야 했다. 그때 소망교회(당시 곽선희목사 시무) 대학부 전도사로서 그 훈련을 받았다. 이제사 고백이지만, 그때 나로선 대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되는 것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교회에서 장로로 어른 노릇만 하다가 갑자기 신학교에 들어가 목회자로서의 훈련을 받게되었으니까,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었던 것이 솔직한 고백이었다. 40대 전도사가 20대 대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한단 말인가? 대학부 안에서 만나는 선남선녀(善男善女), 그들은 복음을 찾아오기도 했지만, 짝을 찾아온 젊은이들도 적지 않았다. 전도사로서 해야하는 일은 성경을 가르치는 일 못지 않게 교통정리(?)였다. 삼각관계, 혹은 5각7각으로 얽혀 있는 남녀교제 관계를 풀어내야 하는 일이 전도사로서의 급선무였다.
 
나이가 많은 전도사였던지라 마음 놓고 인생문제를 털어놓았다. 나는 그들의 하소연을 경청하고, 눈물을 닦아주는 일을 해야했다. 눈물에는 콧물이 세트로 나오게 된다. 그래서 손수건을 두 개 갖고 다녀야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두 개의 손수건을 갖고 다닌다. 하나는 눈물수건, 다른 하나는 콧물수건. 그때 그렇게 만났던 우리들의 만남을 우린 '첫사랑'이라고 부른다. 복음 안에서 만났던 첫사랑이다. 대학부2년, 청년부1년 도합 3년 동안 소망교회 대학청년부에서 나누었던 첫사랑 젊은이들. 그들이 50고개를 넘었고, 우리의 만남이 어느새 30년 세월이 흘렀다.
 
신학교 졸업과 함께 우리는 흩어졌다. 나는 영국으로 떠나 10년 세월이 지났고, 그들 역시 뿔뿔이 흩어져 여러 모양으로 변모했다. 놀라운 사실은 그들 가운데 목사, 선교사, 신학교 교수 등 풀타임(full time) 하나님의 종들이 무려 30명이 넘게 배출됐다는 사실이다. 예능교회 조건회목사 부부, 온누리교회 피현희목사, 정은숙목사, 부산장신대 천병석 교수, 명성교회 김신목사, 일본파송 이항봉선교사 등등. 비록 전임사역자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일터와 섬기는 교회 속에서 신실한 그리스도인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이다.
 
아차, 혹여 오해를 살까싶어 밝혀두거니와, 진짜 첫사랑은 우리집 안방에 고이 모시고 있는 내 아내이다. 초등학교 동창생으로 만나 평생을 해로하고 있다. 그러나 복음 안에서 만난 '첫사랑' 역시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임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런 사람들이다. 뉴저지에서 살고 있는 박윤미, 박경미, 토론토에서 만난 로사(Rosa)권사,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났던 김윤환, 장승은, 차기훈부부는 어디 있는 것일까? 아, 그리운 사람들이여! 30년만에 소망교회 근처 피자집에서 만나게 된 천병석, 유광준, 박준범, 김주연, 하재수, 유재성, 최영진, 강제훈, 그리고 미국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강지수교수 - 그때는 라면과 짜장면이 우리들 주메뉴였는데, 이제는 피자와 파스타로 업그레이드 된 셈인가? 오랜만에 만났지만, 우리는 그때 그 시절 버릇처럼 GBS(Group Bible Study)를 하자 했다. 그때 단골메뉴처럼 나누었던 출애굽기 모세의 생애를 또 꺼내들었다.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출3:5b)

고무송목사 / 전 한국기독공보 사장ㆍ한국교회인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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