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안수 예식, 엄숙성을 찾아라

[ 교계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2년 04월 24일(화) 16:39
목사 안수식이 진행되는 OO노회의 단상 풍경. "아저씨 잠깐 비켜봐요. 그렇게 사람을 밀면 안되죠." "저 OOO 목사님, 포즈 좀 취해 주세요." "저희 장로님 사진 찍어야 된단 말이에요. 비켜 주세요." 이 발언들은 모두 안수가 진행되고 있는 단상 위에서 오고간 말들이다. 그 무엇보다도 엄숙해야 할 목사안수예식의 현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벌어진 일로 단상에는 안수와 관련된 목사와 장로, 안수받는 당사자들의 수와 비슷한 수의 외부인들이 카메라에 핸드폰까지 들고 사진을 찍겠다고 돌아다니면서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목사안수가 진행되는 예배당 밖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배당 바로 앞 로비만 나가봐도 여기가 시장인지 교회인지 구분을 할수 없을 정도다. 오랜만에 만났다고 큰 소리로 떠들고 인사하는 사람부터 아는 사람을 찾겠다고 소리를 치는 이들까지. 여기저기서 전화하는 소리며, 심지어는 노회 관계자가 정숙을 부탁하며 메가폰으로 광고를 하기도 했다.
 
모든 노회의 안수예식이 이렇게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많은 노회들의 안수예식 풍경이 이와 다르지 않다보니 '목사안수의 엄숙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안수예식에 다녀왔다는 한 교인은 "평생 하나님의 일을 해야 하는 목사님으로 안수하는 자리가 너무 소란스럽고 어수선해서 놀랐다"면서, "안수를 받는 분들이 아쉽고 서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가톨릭 교회의 사제서품은 개신교의 안수예식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사제서품 대상자들이 모두 흰 옷을 입고 바닥에 엎드려 기도하며 사제로 서품받는 전 과정 자체가 매우 엄숙한 것이 사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홍보국장 이정주신부는 '7년 간 받아 온 사제 훈련의 최종 과정이 바로 사제서품식'이라고 말했다. 이정주신부는 "단순히 사제서품식 자체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신학교 7년 동안 하나의 공동체 속에서 사제가 되기 위한 훈련과정의 마지막 단계가 바로 사제서품식이다. 신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사제 후보생들은 공동기도와 미사, 수업과 운동, 저녁기도와 8시 이후의 대침묵 등을 매일 반복하면서 사제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며, 최종 과정에서 바닥에 바싹 엎드려 하나님의 일을 하는 성직을 부여받는다"고 했다. 다시 말해 사제서품식을 사제로 만들어지는 긴 과정의 일부로 인식해 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엄숙한 사제서품식으로 귀결된다는 설명.
 
한일장신대 정장복총장은 "개신교 성직자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는 이유들 중에서 중요한 부분이 바로 안수예식의 권위가 추락하는 데 있다"고 단언했다. 정 총장은 "가톨릭의 사제서품은 엄숙함의 대명사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성직자에 대한 권위를 부여하고 있는 것다. 외국 개신교의 안수만 봐도 한국교회와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의 현실은 난장판이다. 무척 괴로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불어 성찬석이 있는 성단이 지성소의 개념은 없고 무대의 개념으로 전락한 것도 안수예식에 질서가 사라지고 엄숙성이 결여되는 이유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개신교가 시급히 안수예식의 엄숙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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