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덫, 개교회중심주의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 칼럼

한경호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4월 24일(화) 14:31
한국교회는 지금 커다란 위기에 봉착해 있다. 성장 감소세가 이어지고, 목회자와 교회의 치부(恥部)들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기독교'로 조롱받고 있으며, 반(反)기독교세력이 공공연하게 활동하고 있다. 원인과 처방에 대한 얘기도 있긴 하지만 도도한 흐름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갈 데까지 가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한다. 왜 교회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가?
 
한마디로 말해 예수님 말씀의 핵심인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비전과 실천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기독교의 출발이요 목표이다. 그러나 지금 그것을 말하고 실천하는 교회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말한다고 해도 '저 세상'으로서의 하나님의 나라이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라고 늘 기도하면서도 아버지의 나라가 무엇이며 어떻게 이 땅에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개교회중심주의가 그 근본적인 원인으로 생각된다. 한국선교초기 자립(自立), 자치(自治), 자전(自傳)의 원칙에 입각한 네비우스 선교방식을 채택한 것이 그 출발이다. 이 선교방식은 복음의 불모지였던 당시 한국사회의 복음전파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한국교회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문제는 교회성장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그 역기능과 부정적인 현상들이다. 오늘 한국교회를 지배하는 의식은 성장주의이다. 이것이 목회자 성공주의와 결합하여 교회성장과 목회자 성공은 동의어가 되었다. 또한 1970-80년대 경제성장과 궤를 같이하면서 성장한 한국교회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자본주의적 가치관에 쉽게 동화되었다. 그 결과 교회성장주의, 목회자 성공주의, 자본주의적 가치관 이 세 의식이 결합되면서 오늘 한국교회의 주요흐름을 형성한 것이다.
 
문제는 교회성장과 목회자 성공의 목표가 매우 세속적이라는 점이다. 오늘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 건설이라는 자기존재에 대한 목표의식을 상실한 채 인간의 세속적인 탐욕에 지배받고 있다. 2013년도 가을 부산에서 열릴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의 주제가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 생명, 정의, 평화의 세계인데 과연 오늘의 교회들이 생명(생태)살림을 위하여,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기 위하여, 평화(shalom)의 세계를 이루기 위하여 무슨 노력을 그동안 기울여 왔는지 자문해보라. 주류교회 특히 대형교회들에게 이 말들은 매우 낯선 언어들이다. 오히려 반대편에 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한 교회적인 목표와 실천은 사라지고 오직 양적인 성장에 급급했으니 성장 이후 인간의 추악한 모습들만 앙상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개교회중심문화는 기독교인들의 삶속에 너무 깊이 뿌리 박혀 있다. 사고와 발상, 신앙생활방식, 교인간 관계, 목회자-교인관계, 목회방향, 방법 등에서 다 묻어나온다. 개교회중심적 사고는 교회를 소유와 자본의 입장에서 자꾸 생각하도록 만들고, 성경의 말씀을 상업적인 언어로 타락시킨다. 기업논리도 아무런 장애없이 들어와 섞인다. 에큐메니칼 정신은 실종되고 이웃교회는 경쟁의 대상일 뿐이다. 교인은 고객이요, 교회는 사업체이다. 모든 성장과 성공은 선(善)이다. 교인을 감동시켜 교회가 성장하면 만사 오케이다.
 
어떻게 하면 이 틀(frame)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혁신적인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하나님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한경호 목사/ 횡성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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