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한국수어의 특징 - 비수지기호(NMS)

[ Deaf Story ] 우리 시대의 땅끝-Deaf Story

김유미원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4월 18일(수) 13:37

음성언어인 한국어와 시각언어인 한국수어가 문법을 구현하는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한국어는 조사와 어미변화를 통해 문법특성을 구현하며 단어 하나하나가 순차적으로 나열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한국수어는 공간을 통해 수지기호(손짓)와 비수지기호(Non-Manual Signals/손 이외의 요소들)를 구현함으로써 문법을 완성하며 시간적으로는 여러 정보를 동시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힘없이 걸어간다"라는 정보를 한국어로 전달할 때는 "힘" "없이" "걸어간다"라고 순차적으로 발화하게 되는 반면, 한국수어로 전달할 때에는 '걷다'(수지기호)와 '지쳐있는'(비수지기호-얼굴과 몸의 표지)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한국수어는 문법의 대부분이 수지기호가 아닌 비수지기호를 통해 구현된다. 비수지기호는 단순한 감정 표현(facial)이 아닌 정교한 언어구조이며 얼굴과 몸, 공간의 활용 등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문법을 확정한다.

①얼굴표지-부사적 역할/ 문장의 형식을 결정
②몸표지-부사적 역할/ 존대법 구현
③역할전환-화자식별(어깨나 몸의 방향을 살짝 바꿔줌으로써 주어와 목적어를 구현)
④공간활용-정보의 시각화/ 무대장치의 기능

 
이상의 비수지기호를 읽어낼 줄 모른다면 결코 한국수어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면 어떤 것이 비수지기호일까? 대표적인 얼굴표지를 하나를 소개해 보겠다. 농인들은 청인들 앞에서 손짓한국어 "입니다", "입니까?"에 해당하는 수지기호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들만의 실제 대화에서는 다음과 같은 얼굴의 표지를 통해 의문문과 평서문을 구현한다.

   
▲ 의문문 표지
   
▲ 평서문 표지

그렇다면 다음의 세가지(A,B,C)는 어떤 의미일까? 수지기호(손짓)의 기본의미는 '맛있다'이다.

   
                                  A

   
                                   B

   
                                  C

한주간 동안 비수지기호(얼굴표지)를 통해 의미를 생각해보자!


김유미원장 / 한국농문화연구원, http://deafcultur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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