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음이 절박하게 필요한 사람들에게 왔다"

[ Book ] 초기 여선교사들의 행적 그린 이야기 '조선의 어둠을 밝힌 여성들' 출간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4월 17일(화) 17:22
한국교회사 속 베일에 가려져있던 초기 여성 선교사들의 행적을 그린 책이 출간돼 관심을 모은다.
 
19세기 후반 여성 선교사들의 눈에 비친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최근 출간된 '조선의 어둠을 밝힌 여성들(캐서린 안 지음/포이에마)'의 기록에 따르면 초창기 선교사들은 엄청난 문화충격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40여 년간 의료선교사로 활동한 로제타 셔우드는 실제로 서울에 대한 첫인상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서울은 내가 본 도시 중에서 가장 지저분하고 열악하다. 거리에 넘쳐나는 오물은 말할 거리도 못된다 …."
 
그러나 이러한 첫인상은 오히려 여성 선교사들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이들은 사명감에 불타오르게 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1897년 전주 지역의 한 가정에서 진료를 시작한 매티 잉골드(전주예수병원 설립자)는 "첫인상은… 내가 복음이 절박하게 필요한 사람들에게 왔다는 것이다. 내 앞에는 이 모든 선물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백성들의 실상이 펼쳐져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있는 것이 없다"고 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당시를 회고했다.
 
1884년부터 1904년까지 한국을 찾아온 2백여 명의 여선교사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의 출간으로 그동안 선교사 남편을 내조하는 존재로서만 알려지거나 한국교회에 미친 영향이 과소평가됐던 여성 선교사들의 역할이 재조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 또한 이민 1.5세의 교회사를 전공한 여성이다. 재미 신학자이자 목사로 비영리단체 CWMM(Center for Women in Ministry and Mission)을 세우고 은퇴 여선교사 및 여교역자들의 치유, 지속적 자기계발, 복지 증진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캐서린 안 박사는 '초기 30년 한국에 파송된 미국인 선교사의 60% 이상이 선교사 부인과 독신 여성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 책을 썼다. 남녀의 구분이 엄격했던 사회에서 여성에게 복음을 전한 이야기, 권서부인을 양성해 지역 순회 전도를 다닌 이야기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했으며 근대 병원과 교육 기관 및 자선기관 등을 세운 여성들의 선교활동이 한국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새뮤얼 휴 마펫교수(프린스턴신학교)는 "한국은 가부장제 문화였다. 여성들은 아이를 키우고 가족을 돌보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며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교회사와 선교사에서 여성의 역할을 바로 잡게 되길 원한다"고 이 책의 출간을 반겼다.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한국교회 처음 여성들(이덕주 지음/홍성사)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이덕주소장의 대표저서. '조선의 어둠을 밝힌 여성들'이 서양 선교사들을 다루고 있다면 이 책은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리더십을 발휘했던 한국 여성들의 발자취를 조명하고 있다. 한국인 최초 여성 의사 박에스더, 이화학당 최초 한국인 교사 이경숙, 애국부인회 지도자 김마리아 등 24인을 만나볼 수 있다.
 
성경 속 세상을 바꾼 여인들(구미정 지음/옥당)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이 된 사라, 히브리 노예 해방의 공동주역 미리암, 이주노동자에서 다윗 왕의 조상이 된 룻, 민족을 살린 고아 소녀 에스더 등 성경의 위대한 여인들을 현대적 관점에서 새롭게 풀어낸 책이다. "바야흐로 언니들의 전성시대다. 무서운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는 여성신학자의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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