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정답입니까?

[ 목양칼럼 ] 목양칼럼

김혁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4월 05일(목) 09:44

필리핀의 한 작은 호텔에서 며칠을 지내게 되었다. 밤에 커피를 마시고 싶어 물을 끓이려는데 커피포트가 작동을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기다리다가 전화를 하였더니 사람을 보내 주겠단다. 아무리 기다려도 사람이 오지 않아 커피 마시기를 포기하고 잠을 청하였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프론트에 가서 다시 이야기를 하니 바로 사람을 보내 주었다. 함께 작동을 해 보니 역시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작동을 하지 않았다. 직원에게 커피포트가 문제가 있으니 바꿔 주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 직원은 얼른 가서 다른 커피포트를 들고 왔다. 물을 붓고 전기를 꽂았다. 몇 초 뒤에 물이 끓기 시작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아 직원을 돌려보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문을 닫고 돌아서서 다시 커피포트의 전기 스위치를 넣었다. 그러나 또 되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작동이 되지 않으니 당황되기 시작했다. 아까 들은 물 끓기 시작하는 소리는 무엇이었는가? 내가 너무 기대를 하고 있어 착각을 했나? 아니면 내 손에 문제가 있나? 내가 만지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하기 시작하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기 공급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커피포트의 코드를 뽑아 다른 콘센트에 꽂았다. 그리고 스위치를 넣었더니 금방 물이 끓기 시작하면서 김이 나는 것이다. 그제야 문제는 커피포트가 아니라 바로 전기 공급이었던 것을 알게 됐다. 작은 일 같지만 나의 삶 속에선 언제나 이런 일들로 가득한 것을 경험한다.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가장 자신을 당황스럽게 한 것은 내가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였던 것들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날 때이다. 부부간에도 그렇고, 자녀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 교인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교회의 모든 사역에서도 그렇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였다. 무엇인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마침내 어느 시점에 가면 내 마음 가운데 그것이 꼭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이 있다. 그때마다 다시 시작하게 된다.
 
예루살렘을 향해 올라가시던 주님을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였겠는가? 각자 자기의 정답을 가지고 이런 주님이실 것이라고 생각하고 환호하고, 환영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신 주님은 십자가를 지셨다. 왜냐하면 그것이 하나님의 정답이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한 나라의 왕이 되셔서 이 땅의 나라를 다스리셔야 우리가 사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셔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심으로 우리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목회를 하면서 여전히 죽지 않은 자아 때문에 많은 곳에서 고민하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내 자아가 이끄는 대로 살다보니 여전히 내가 정답이라고 말하며 외칠 때가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의 목회는 정답의 근원을 찾아가는 길과 같다. 모든 일을 할 때마다 '주님! 당신이 정답이십니다.' 이 고백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
 
오늘도 이 고백을 하며 하루를 맞는다. "주님! 오늘 하루, 하나님께 영광 올려 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의 인도하심을 보게 하옵소서."

김혁목사 / 선창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