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공보주일특집 좌담회 / 해외석학과의 만남

[ 교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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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4월 03일(화) 12:00
   

 세계화 시대 신학의 과제, 세계와 인간 살리는 생명신학적인 노력 필요
 교회는 약자들에게 깊은 관심 갖고, 소통에 도움 줘야
 미디어와 의학 등 인접 학문과 공유하고 합리적인 대화

일시 : 2012년 3월 28일
장소 : 장신대 교수휴게실
사회 및 참석자 : 손달익목사(사회, 부총회장ㆍ서문교회) 미하일 벨커교수(하이델베르그대학교ㆍ조직신학) 김명용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ㆍ조직신학)
정리 : 김성진부장
사진 : 장창일 차장

 
본보는 오는 4월 8일 기독공보주일을 맞아 세계 석학인 미하일 벨커교수(하이델베르그대학 조직신학)와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번 세계 석학과의 좌담회에는 본교단 부총회장인 손달익목사(서문교회)를 비롯해 벨커교수와 오랜 친분을 갖고 계신 석학인 김명용교수(장신대 조직신학) 등과 함께 참여해 세계화시대에 신학의 역할과 WCC 제10차 총회에 대한 제언, 세계신학의 흐름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본보는 이날 좌담회에서 다뤄진 내용을 게재한다.<편집자 註>
 
 

손달익: 기독공보주일을 맞아 마련된 좌담회에 참석해 주신 미하엘 벨커교수와 김명용교수께 감사드린다. 이 자리를 통해 서로의 인식을 공유하고 아시아교회와 세계교회를 위한 제언을 들어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벨커: 초청해줘서 감사드린다. 이번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달익: 21세기의 특징 중의 하나를 꼽는다면, 세계화시대다. 세계화시대를 바라보는 신학자의 견해가 어떠한지를 들어보는 것으로 좌담회를 시작하고자 한다.
 
벨커 : 우선 유럽에서는 미디어와 경제 등 사회 분야에서 세계화가 이슈화됐다. 문제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세계화에서 혜택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나 독일처럼 세계화돼 있는 사회에서는 기술의 힘이나 기술의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 하루 이틀이면 전세계 어디를 갈 수 있는 사람들은 세계화의 혜택을 보고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세계화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모든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은 쉽지 않다. 하이델베르그대학에서 학제간 연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려고 하지만 제세계의 수많은 대학이 모두 참여하기란 어렵다.
 
손달익: 아시아에서 바라보는 세계화와 유럽에서 바라보는 세계화의 차이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 신학자가 바라보는 세계화는 어떠한가?
 
김명용: 세계화시대에 가장 큰 문제는 약한 자들의 문제다. 약한 자들이 심각하게 피해를 당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중적인 측면이 있어 어떤 분야에서는 이득을 보고 어떤 분야에서는 어려움을 겪는다. 교회는 세계화 시대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극복해낼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손달익 : 세계화시대의 큰 흐름을 거역할 수는 없지만 세계화시대에 소수의 특혜를 누리는 사람과 다수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두 분이 공유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교회의 선교적인 대응이 어떻게 만들어져야 되는가? 세계화시대가 갖는 신자유주의와의 결탁, 그로 인해 폐해, 이런 상황에서 교회마저 그 논리에 휩쓸리게 되면 교회는 세상을 치유할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세계화시대에 교회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어떤 점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인가?
 
벨커 : 첫 번째 과제는 세계화에 동조하기 보다 교회는 더 큰 관점을 가져야 한다. 교회의 관점은 하나님의 나라이다. 성경과 교회사에는 세계화를 뛰어넘는 지혜가 있다. 하나님 나라의 지평을 붙잡지 못하면 올바른 시야를 놓치게 된다. 세계화로 발생하는 소외된 자에 대해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들에 대해 추상적이 아니라 섬김이나 교육, 정치 등 여러 분야를 통해 구체적으로 돕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명용: 세계화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도 빼놓을 수 없다. 인권과 민주주의, 자유 등 기독교로부터 나온 훌륭한 정신과 가치들은 아랍세계와 중국에까지 퍼져나가 억눌린 주변 인생들과 권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그래서 교회는 세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훌륭한 가치를 발전시켜야 한다. 이것은 하나님 나라와 관련해 중요하다. 특히 신자유주의에 대해 교회는 정의로운 경제문제를 가치관으로 확산시켜나갈 때에 세계를 살려낼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손달익: 주제를 아시아교회로 옮기도록 하겠다. 아시아교회는 유럽교회에 비해 역사가 짧고 오랫동안 봉건체제 아래 있으면서 냉전의 무대가 된 지역이다. 최근에는 신흥성장국가들로 분류되는 국가들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기독교가 활발하게 성장하면서 새로운 경향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사적인 의미에서 아시아교회의 위치와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벨커: 아시아지역만하더라도 한국처럼 발전된 교회 형태도 있고 중국처럼 도상에 있는 교회 형태도 있다. 유럽의 교회는 권력 미디어가 큰 힘을 얻어 성장 하면서 시민사회가 발전했다. 교회보다 세상이 발전했다. 그런 상황에서 교회는 가족 교육 법 의료시스템 등의 세속사회로 넘어가고 있는 과정에서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명용: 한국과 중국의 교회가 차이가 있음에도 공통의 역사가 형성되는 느낌을 갖고 있다. 한국 기독교는 민족을 살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오늘날 중국은 기독교에 대해 약간의 두려움을 갖고 있다. 기독교 안에 들어있는 정의와 자유 민주화라는 열망이 중국 공산주의를 흔들지나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많은 민중들, 그리고 상당수 지성인들은 거기에 상당한 희망을 걸고 있다. 그래서 중국의 기독교가 발전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이나 중국에서 기독교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동인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그래서 중국의 기독교가 한국의 기독교를 배울려고 한다. 이 점에서 서로 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벨커: 독일에서도 수백만이 디아코니라는 교회의 사회봉사 기관에서 일을 하면서 서로 대화한다. 이것이 교회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손달익: 중국교회의 열정과 한국교회의 지도적인 위치, 유럽교회의 정통성과 풍성한 신학이 서로 나눌 때에 더 나은 교회의 미래를 만들갈 것이다. 다음 주제로 WCC에 대한 얘기를 나눴으면 한다. 내년 10월 부산에서 WCC 총회가 열린다. 이번 총회는 생명 정의 평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세계 지도자들이 모이게 된다. 신학자로서 이번 총회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갖는지, 바람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벨커: 신학자로서 아이디어를 하나 준다면, 한국교회가 WCC 총회를 계기로 세계에큐메니칼 청년모임을 조직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신학자로서 아이디어를 준다면, 논문경연대회를 통해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꺼집어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들을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끌어내는데 도움이 된다. 또 한가지는 생명 정의 평화를 키워드로 준비할 때에 생명을 구원이라는 개념에 국한해서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생명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다른 생명의 희생을 바탕으로 살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정의도 법률 체계, 법학 체계를 염두에 둬야 한다. 신학과 법학을 함께 연결해서 정의를 규정하고 신학화 작업을 해야 한다. 교회는 법률체계나 도덕체계를 촉진하고 도와주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손달익: 한국 신학자의 입장에서 WCC 총회가 한반도와 한국교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김명용: 우선 보수주의 쪽에서 WCC에 대한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에큐메칼 운동이 역사발전에 영향을 끼친 것을 한국사회가 인식했으면 좋겠다. 이번 WCC 총회는 에큐메니칼 운동을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또 하나는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동북아시아 지역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한반도 통일, 중국과의 관계, 일본 러시아 등에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특히 기독교가 급속히 발전되는 지역인만큼 평화와 생명에 대한 세계교회적인 시각이 녹아져 한국교회가 실천방안을 마련해 새 역사를 마련해야 한다.
 
손달익 : 아시아에서 모이는 총회이기 때문에 아시아 현실의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반도의 남북갈등과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중국과 대만과의 문제 및 중국 내부 인권문제 등. 동남아시아의 경우, 이슬람과 교회간의 첨예한 갈등 등 WCC 총회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답을 할 수 있고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WCC 총회가 아시아교회에 기여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벨커: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도덕적인 아젠다에 관심을 갖기보다 서로의 공통점을 찾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갈등 문제를 생각할 때, 상대적인 공통점을 먼저 찾은 후에 그 다음 차이점을 찾아야한다. 그럴 때에 차이점을 통해 창조를 끌어낼 수 있다.
 
손달익: 세계 신학계의 과제는 무엇이 돼야 하는지 신학교육에 가장 투자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말씀해 달라.
 
벨커: 신학의 과제는 좋은 목사를 만드는 것이며 독일에서는 좋은 조기교육, 아동들에 대한 교육을 중요한 문제로 생각한다. 또 한가지는 교육에 있어 반드시 정의를 얘기해야하는 점이다.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면 좋은 교육 기회와 직업의 기회를 갖는다는 생각이 있다. 이런 점에서 교육에서 정의를 얘기해야 한다는 점은 중요하다. 청소년교육과 어린이교육은 창의적인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과 다리를 놓아 주는 것이 신학에 있어 중요하다. 신학은 미디어와 의학 등 인접 학문과 공유하며 창의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창의적인 고민은 신학에서 나와야 한다. 성서적이고 교의학적인 바탕을 통해 그 가치를 발견해 내고 그것을 가지고 다리를 놓는 작업이 신학교육의 중요한 문제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화를 어떻게 끌어나갈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다.
 
김명용: 하나님 나라의 시각에서 세계를 살리고 인간을 살리는 생명신학적인 노력이 신학교육에 있어 중요하다. 여러 영역과 합리적인 대화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신학과 복음이 세상을 바꾼다. 우리가 신학의 주체성을 잃어버리면 세상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세상이 신학 안으로 들어와 역동성을 잠식시킨다. 세상의 정치학이나 철학은 지배의 신학을 정당화 시킬 경향이 있다. 힘의 역학관계에 의해 세상은 강자가 약자를 이기는 지배의 철학을 이야기한다면 기독교는 섬김의 신학, 세상을 바꾸는 놀라운 신학, 세상의 지성과 대화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신학이 돼야 한다.
 
손달익: 김 교수는 벨커교수와 평소에 잘 아는 지인이고 동료인 것으로 안다. 벨커교수를 한국교회에 소개해 달라.
 
김명용: 벨커교수는 몰트만교수 이후로 세계신학계를 이끌어가는 대석학이다. 특히 벨커교수는 성령론을 쓰면서 성령론의 새로운 방향을 잡은 분이다. 그리고 교회론과 창조론 등 영원히 기억할만한 중요한 저서를 출간했다. 이번에 발간한 기독론은 불후의 명작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신학의 방향을 바꿀 수 있고 교회의 실천 방향도 바꿀 수 있는 내용이 이 책 안에 포함돼 있다. 벨커교수와 한국신학계가 깊은 교제를 갖는 것은 한국교회의 건전한 신학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벨커교수는 신학이 건전하기 때문에 독일교회가 좋아하는 분이다. 벨커교수의 신학과 한국신학계가 관계를 갖는 것은 한국교회의 건전한 신학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
 
손달익: 이 시대를 매스미디어시대라고도 한다. 조직신학자의 입장에서 오늘과 같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세계화시대에 기독언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
 
벨커: 언론의 목적은 공명을 불러일으키고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관심을 끄는데 있다. 기독언론은 진리를 추구하는 공동체(교회)를 지지하고 그 방향으로 관심을 갖도록 도와주며 지평을 갖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다. 신앙의 지식으로 시작해서 신앙으로부터 가치를 끌어내며 그 가치를 가지고 중요한 지향점을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의 능력이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가를 창조적인 힘으로 끌어내는 것이 기독언론의 힘이다. 또 성서가 지혜의 보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끌어내는 것이 기독언론의 역할이라고 본다.
 
손달익: 벨커교수와 두 번째 대화를 했는데 인식의 지평을 넓혀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저술과 강연을 통해 세계교회에 영향을 끼쳐달라. 긴 시간 좌담회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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