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교회,소금같은 교회(18) / 삼위교회

[ 교단 ] '너 나 그리고 우리가 어우러진 신앙의 공동체' / 한센인ㆍ외국인노동자,일반 교인들까지 함께 모이는 교회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2년 03월 26일(월) 16:09
한센인들이 세운 교회가 있다. 일산동구 식사동의 나지막한 언덕 위에 터를 잡았던 한센인들의 교회에는 언젠가부터 건강인들이 출석하기 시작했다. 꽤 긴 시간 한센인과 건강인들이 함께 꾸려 나가는 교회로 지역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던 이 교회는 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낯선 땅에서 외롭게 지내는 외국인근로자들을 초청해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더욱 풍성한 교회가 됐다. 이처럼 다복한 신앙의 공동체로 성장한 교회,이 교회가 바로 함해노회 삼위교회(김영덕목사 시무)다.
 
한센인들이 처음 세웠던 교회당은 지역이 개발되면서 사라졌고 길 건너편에 지난 해 4월 새 교회를 건축했다. 이 예배당에서 만난 김영덕목사는 시종일관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린다고 말했고,더불어 교회의 화목함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에 이런 교회가 아마 없을 겁니다. 한센인들과 건강인, 여기에 외국인근로자들까지 함께 모이는 교회가 과연 있을까요? 그러고 보면 삼위교회엔 애초부터 문턱같은 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서 신앙의 공동체를 만들 수 있었던 건 분명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김영덕목사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구성원들을 보면 뭔가 일관된 공통점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적어도 이 교회에서는 "교회는 끼리끼리 모여서 새 교인이 정착하기 힘들다"는 통념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양보의 생활화'가 이처럼 화목한 교회 분위기를 가능하게 했다고 소개했다. "교회를 처음 세운 한센인들이 많이 양보했습니다. 자신들만의 공동체로 만들어 갈 수도 있었는데 건강인들에게 대문을 활짝 열어준 것이니까요. 세월이 또 흘러 기존 교인들은 두 팔 벌려 외국인근로자들을 환영했습니다. 결국 양보와 배려의 분위기가 우리 교회를 좋은 공동체로 만든 이유입니다."
 
이 같은 양보와 배려의 정서는 삼위교회가 외국인 근로자들을 섬기는 데 결정적인 동력이 됐다. 사실 삼위교회가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탄 것은 이 교회가 외국인근로자들에게 든든한 울타리를 제공하면서 부터다. 현재도 1백명이 넘는 외국인근로자들이 원근각지에서 삼위교회를 찾고 있다. 이들을 위한 별도의 영어예배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교회 마당에는 갈곳이 없는 외국인근로자들이 일정기간 머무를 수 있는 쉼터까지 마련했다. 이 곳은 일반적인 쉼터와는 차원이 다르다. 말이 쉼터지 개인공간까지 마련되어 있는 집이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외국인근로자들 중에서 신학교에 진학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학비와 함께 매달 생활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매 주일 외국인들을 위해서는 특별식도 마련하고 있고 이들을 위한 전용 의료센터도 문을 연다. 외국인 쉼터엔 치과진료 시설도 갖춰져 있고 한의사도 주일이면 상주한다. 특별히 외국인근로자들을 돌보는 일은 삼위교회 교인들이 주축이 돼 만든 홀리 네이션스선교회가 맡고 있다. 삼위교회와 외국인근로자들의 관계를 잘 아는 지역의 공장들은 직원을 신규채용할 때면 교회로 "좋은 사람 추천해 달라. 삼위교회가 추천하는 직원은 믿을 수 있다"는 연락을 해 오기도 한다. 그만큼 나그네들을 돌보는 사역을 잘 해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위교회는 국내 뿐 아니라 러시아와 몽골,필리핀 등지에 단독으로 교회도 설립하고 있다. 물론 현지인 목회자를 세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이 교회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신학교에 다니고 있는 외국인들이 모국으로 돌아가 목회를 할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진행할 예정이다. 삼위교회는 여전히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후진국일수록 한센병 환자가 많은 걸 감안해 이미 2003년 3월 필리핀의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소록삼위교회'를 설립했다. 교회와 함께 1백 세대 규모의 한센인 정착촌도 만들었다. "정착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수를 감안해 교회도 1천석 규모로 지었습니다. 우리 교인들이 정성을 모아 세운 교회인 만큼 교인들 모두 자랑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카프카즈에도 단독으로 교회를 건축했고,양로원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년이 3백명 정도인 삼위교회. 하지만 삼위교회가 감당해 온 사역들은 교회의 규모를 넘어섰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삼위교회,교회의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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