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쳐줄 때 떠나기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이의용교수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3월 26일(월) 15:26
지난 연말 오랜 동안 해오던 일 몇 가지를 내려놓았다. 후임자를 미리 발굴하여 충분히 준비를 해서인지 내가 떠난 후 오히려 더 잘 돼가는 것 같다. 그렇지만 오랜 동안 맡아오던 일을 자발적으로 그만둔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브라질의 전 대통령 룰라-그는 "신은 한 사람에게 두 번 선물을 주지 않는다, 다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며 87%의 지지율을 외면하고 집권 8년을 마무리했다. 반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사실상 12년의 집권 후 다시 4년간의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4년 후 그의 모습이 어찌될지 궁금해진다.
 
어느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후계자에게 리더십을 넘기고 미련 없이 퇴장하는 아름다운 사례는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반면에 악착같이 기득권을 지키려 심지어 헌법이나 규정까지 고쳐가며 노욕을 부리며 자리를 지키려다 비참하게 밀려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지도자란 진퇴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퇴장 3가지 법칙'이 있다.

첫째,의욕이 없어지면 떠나야 한다. 세상에 하기 싫은 일을 '사명감으로'하는 것처럼 꼴불견도 없다. 먹고 살기 위해 자리만 지키는,임기 때문에 자리를 지키려는 지도자는 그가 속한 조직의 발전을 막는 장애물이다.
 
둘째,능력이 모자라면 떠나야 한다. 자신의 적성이나 능력이 상황이 요구하는 수준이 되지 않는데도 자리만 지킨다면 조직은 정체하거나 후퇴하게 된다. 그래서 지도자는 공동체를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을 평소 꾸준히 충전해야 한다.
 
셋째,주위가 원하지 않는다면 떠나야 한다. 지도자가 의욕이 있는지,능력이 있는지는 본인보다 주위 사람들이 더 빨리 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물러나달라고 사정을 해도 꼼짝도 하지 않는 지도자는 공동체를 이끌 자격을 이미 잃은 상태다.
 
단, 여기서 예외가 있다. 아무도 그 일을 할 사람이 없으면 계속 해야 하고, 그런 곳이 있다면 거기로 가야 한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서도 마땅한 후계자를 속히 발굴하고 양성한 후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요즘 우리 교계에는 갈등과 분쟁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 안타까움을 준다. 그 중심에 지도자들이 있어 더 안타깝다. 정당 대표나 관료들은 실수가 생기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데, 교계 지도자들은 엄청난 도덕적 문제를 일으키고도 자리를 지키려 한다. 심지어 '옥중 목회'를 함으로써 교회를 분열시키고 교회를 세상의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다. 비신자 지도자들도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할 줄 아는데, 교계 지도자라는 이들이 전체 교회의 아픔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니 여간 염려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해가 없기를 바라면서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고자 한다. 가끔 교회 주보 표지에서 '은퇴장로' 명단을 볼 수 있다. 예의상 그렇게 하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실상 '은퇴'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다. 목사건 장로건 은퇴를 했으면 '진짜로' 은퇴를 해야 한다. 중심에서, 시야에서, 기억에서 멀리 떠나줘야 후임자들이 공동체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수가 있다. 왜 계속 중심에, 시야에, 기억에 남아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지 모를 일이다.
 
"내가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할까?"에 못지않게 "내가 언제 물러날까?"가 중요한 때도 있다. 의욕이 없거나, 능력이 부족하거나, 주위에서 물러나기를 원하는 눈치가 느껴지면 당장 물러나거나 쉬는 것이 좋다. 그래야 공동체가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다. 박수 쳐줄 때 떠나는 게 좋다.

이의용교수/ 대전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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