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내 영혼의 공명

[ 목양칼럼 ] 목양칼럼

양인순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3월 26일(월) 15:04

모든 소리의 근원은 진동이다. 진동이 작으면 소리도 작아지고, 진동이 크면 소리도 커진다. 우리 주변의 모든 물체는 고유한 진동수를 가지고 있다. 어떤 물체에 외부에서 자극을 주면 그 물체는 영향을 받아 진동을 한다. 이때 외부에서 가하는 진동수와 그 물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 진동수가 일치할 때 진폭이 갑자기 커지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것을 공명(共鳴) 혹은 공진(共振)이라고 한다.
 
성악을 하는 분들은 공명을 잘 이용한다. 발성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공명이다. 아무리 소리를 크게 내도 공명이 되지 않으면 부자연스럽다. 그러나 작은 소리라도 공명이 이뤄지면 편안하고 아름답다.
 
공명현상을 이용한 생활용품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전자레인지다. 전자레인지는 파장이 1.2cm인 마이크로파를 방출한다. 전자레인지에서 나오는 마이크로파는 음식물 속의 물 분자를 진동시킨다. 음식물의 물 분자가 공명현상에 의해 맹렬히 진동하면서 물분자의 충돌로 인해 열에너지가 발생한다. 손을 비비면 열이 나듯이 물 분자의 충돌로 인해 열에너지가 방출되면 음식이 급속하게 데워지고, 요리가 된다.
 
때때로 공명현상은 엄청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어떤 물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 진동수와 자극을 가하는 진동수가 일치할 때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그 예로 영국의 한 보병부대가 맨체스터 근처에 있는 줄로 연결된 다리(현수교)를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리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 원인은 행진하는 군인의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가 다리가 가지고 있는 고유 진동수와 일치된 것이다. 그 순간 진폭이 갑자기 증가하여 큰 진동이 발생했고, 그 진동의 힘에 의해 다리가 무너진 것이다. 따라서 요즘 짓는 고층건물은 바람과 같은 외부 자극에 공명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동을 바꾸어 주는 설계를 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공명현상을 보면서 신앙의 공명현상을 생각해본다. 신앙생활의 공명을 일으키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의 신앙생활이 어디에 부딪히면 가장 큰 힘과 능력이 나올까를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바로 십자가(十字架)다. 십자가의 고유 진동수와 내 신앙의 진동수가 일치할 때 엄청난 파워를 낼 수 있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십자가이다. 그리고 십자가를 통한 부활이다. 오늘 우리에게 있어서 십자가는 어떤 의미일까? 그저 기독교의 상징으로서의 십자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가 머리로 이해하고 있는 십자가는 아무런 능력이 없다. 나의 과거의 모든 삶을 내려놓고 주님의 십자가 앞으로 나아갈 때 십자가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십자가는 하나님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의 최고봉이다.
 
헨리 나우웬은 "우리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인 십자가는 우리를 불러 고통이 있는 곳에 은혜를, 죽음이 있는 곳에 부활을 보게 한다"고 했다. 사순절을 보내고 있다. 주님의 십자가를 묵상하며 경건과 절제의 삶을 살자고 당부해보지만 왠지 공허한 울림만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먼저 나 자신이 십자가 앞에 엎드려도 내 영혼의 떨림으로 다가오지 않는 안타까움이 있다. 십자가 대신에 너무나 많은 것들이 내 안에 채워져 있다. 내가 죽어야 할 그 자리에 내 욕심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사순절 기간 내 영혼의 목마름이 십자가를 통한 공명현상으로 나타나 나는 죽고 내 안에 그리스도만이 존귀케 되기를 갈망하며 조용히 엎드린다.

양인순목사/성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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