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양원목사 순교 기념, 탑이 아닌 기념 도서관은 어떤가?

[ 기고 ] 독자투고

정병진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3월 26일(월) 14:58
지난 주간 여수노회 봄 정기노회(3/12-14)를 잘 마쳤다. 하지만 '이건 아닌데' 하는 한 가지 큰 아쉬움이 남았다. 노회가 여수 엑스포를 앞두고 '복음 엑스포'를 표방하며 손양원 목사 순교 기념탑 건립을 성급히 서두른다는 점이다.
 
여수노회가 총회 위임을 받아 최근 손 목사의 순교 기념탑 건립에 나선 주요 배경에는 여수시의 손양원목사 추모 테마공원 조성이 있다. 시(市)가 나서서 사랑의 성자 손양원 목사를 세계에 알리고자 수백억을 들여 테마공원을 조성하니 교계도 적극 동참하려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하지 않고 교계도 가능한 한 힘을 보태려는 뜻은 좋다. 그러나 그것이 왜 '순교 기념탑 건립'에 귀착된 것일까? 손양원목사 순교 기념비는 이미 세워진지 오래다. 그래서 순교 기념탑을 어떻게 세우겠다는 건지 알아보니 손 목사의 동상을 비롯해 모두 11개의 상징물과 상징탑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기념탑 공사비 예산만도 7억 원에 달한다.
 
손 목사 기념탑을 건립한다는 소식을 작년 가을에 처음 접하고 노회에 기념탑보다는 기념 도서관을 세우는 게 손양원목사님의 정신을 기리는 데 훨씬 낫지 않겠는가 건의를 했지만, 그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나 보다.
 
그리스도교는 하나님 외에 그 어떤 우상도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개신교의 경우는 우상타파에 있어 가톨릭보다 더 급진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종교개혁 시기 성상파괴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지금도 가톨릭은 여러 성인을 조각해 세우고 각종 축일을 정해 기리지만 개신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더욱이 손양원목사가 누구인가? 그는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를 거부하다 구속되어 해방되기까지 5년여 수형생활을 했다. 이후에도 국기에 절하는 형태의 경례가 우상숭배 소지가 있다며 이승만대통령에게 가슴에 손을 얹는 것으로 바꿔달라고 건의한 분이다. 손 목사가 순교에 이른 원인도 오로지 하나님만을 섬기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총회와 노회가 나서 손양원 목사의 '동상'과 기념탑 건립을 추진한다는 사실은 사뭇 놀라운 일이다. 백보 양보하여 기념탑은 후세의 신앙교육을 위한 상징물이라 쳐도 손 목사의 동상만큼은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에 앞서 일제 강점기 신사참배를 가결한 총회와 노회의 공식적인 회개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예수님은 예언자들의 무덤을 만들고 의인들의 기념비를 꾸미는 유대 종교 지도자들의 행태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셨다(마 23:29). 늘 그렇듯 당대에는 의인과 예언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박해하다가 그들이 죽고 난 뒤에야 자신들의 지난 잘못을 가리고자 추모와 기념에 앞장서기 때문이다. 지금의 손양원목사의 순교 기념탑 건립도 예수님의 준엄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순교 기념탑 건립에 더 신중한 논의와 접근이 필요하리라 본다. 손양원목사는 우리 교단이 전유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가깝게는 장로교의 주요 교단들과 더 나아가 한국교계가 그의 순교와 사랑의 정신을 잘 잇기 위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정병진목사 / 여수솔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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