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과 소명

[ 말씀&MOVIE ] <사이먼 버치>(마크 스티븐 존슨, 드라마, 1999, 15세)

최성수박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3월 20일(화) 17:06
'사이먼 버치'는 1998년도에 제작되어 다음 해에 개봉되었는데, 이 작품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나 소명과 관련해서 깊은 통찰력을 준다. '사이먼 버치'는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기형아로 태어난 이 아이의 영웅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이먼은 태어나서부터 생긴 기능장애로 인해서 신체 발육에 문제가 있었다. 얼마나 왜소했던지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또래 아이들에게 '귀여운 아기'로 통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왜소함 때문에 아이들의 그룹에서 늘 배척되었다. 그의 곁에는 아버지가 분명하지 않아 '사생아'라고 불리며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외톨이 '조'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있다. 둘 다 왕따를 당하는 처지에 있었기 때문에 둘은 동병상련하는 입장에서 서로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두 아이의 공통점 가운데 다른 하나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조는 자신의 아버지를 찾음으로써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었다. 엄마는 아이가 받을 상처를 염려해서 후에 조가 장성하게 되면 말해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야구경기에서 절친한 친구 사이먼 버치가 친 야구공에 맞아 조의 어머니는 사망하게 된다. 이로써 조는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알게 됨으로써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영원히 놓치게 된다.
 
사이먼은 특별한 외모와 병약한 신체 까닭에 심지어 부모에게 조차도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런 사이먼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그의 독특한 소명의식 때문이었다. 즉, 사이먼은 자신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서 태어난 아이라고 믿은 것이다. 누구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그는 기형적인 체구를 가진 그 자신이 태어난 것에 대해, 만일 하나님의 뜻이 없다면 자신이 죽지 않고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이 결코 이해될 수 없다는 논리를 가지고 반박했다. 그는 반드시 자신이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사이먼의 그런 생각은 지나친 것이라고 무시했다. 왜냐하면 사이먼은 그럴 처지도 아니고 능력도 없으며, 또한 언제나 사고뭉치로 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이먼은 자신의 정체성 문제를 생각함에 있어서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결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소명에 대한 사이먼의 확신은 결국 교회의 유치원 아이들이 수련회에서 돌아오는 길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확인된다. 그의 왜소한 체격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버스의 창을 통해 아이들을 건져내기에 적합했고, 결국 마지막 힘을 다해 아이들을 건져내는 영웅으로서 행동을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평생 조의 고민거리가 되었던 또 조의 친아버지를 찾게 해준다. 그는 그렇게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단지 부르심에 대한 확신 속에서 하나님의 뜻이 자신에게 이루어질 것을 기다리며 살았고, 마침내 그 뜻을 확인한 후에 죽어갔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자신의 출신이나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재물이나 혹은 신분이나 지위 등을 통해서 확인하려 한다. 예컨대, 조는 친아버지를 확인함으로써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자 했다. 그러나 조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나중에 자신의 아버지가 교회의 목사님임을 알게 되었을 때, 조는 친아버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기를 포기하게 된다. 이에 비해 사이먼은 자신의 정체성을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부르심과 연관시켜 생각했다. 자신이 이 땅에 태어난 이상 이미 소명을 받은 것이라 믿고, 그 믿음과 확신 속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길 기다리며 살아갔고, 그 결과 그는 자신을 통해서 계획된 하나님의 일을 경험하며 눈을 감게 된다.
 
최근에 개봉된 '휴고'를 보면서 이 영화를 떠올릴 수 있었다. 영화가 사실 기록만이 아니라 이야기 서술의 또 다른 방식으로 여기게 해 준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를 다루고 있으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 '휴고'의 이야기는, 모든 존재는 존재이유가 있다는 신념을 기반으로 해서 전개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휴고'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은 의미가 있다는 것, 곧 하나님이 부르신 것이며, 또한 정체성은 혈통이나 능력 혹은 형편이나 처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계획하심에 따라서 이뤄진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그것을 인정하고 기다리면서 확신 가운데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를 통해 하나님은 사이먼을 통해 당신이 구원의 하나님이심을 드러내셨음을 알게 한다.
 

최성수목사 / 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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